지난 9월 총선에서 8년 만에 재집권한 스웨덴 사회민주당이 주도한 연정이 출범 두 달 만에 극우정당에 발목을 잡혀 ‘붕괴’ 선언을 했다.
스테판 뢰프벤 스웨덴 총리는 3일 의회에서 내년도 예산안이 부결된 직후 내년 3월에 조기 총선을 치르겠다고 밝혔다고 <로이터> 등 외신들이 전했다. 스웨덴에서 집권당이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재선거를 치르는 것은 50여년 만에 처음이다. 극우 민족주의 정당인 스웨덴민주당이 정부의 관대한 이주자·난민 정책에 반대하면서 예산안 통과 반대를 주도했고, 여기에 중도우파 정당들이 가세한 게 화근이었다.
사민당은 지난 총선에서 전체 349개 의석(비례대표 39석 포함) 중 113석만을 차지해, 25석을 얻은 녹색당과 연정을 꾸렸지만 소수 집권당의 처지를 면치 못했다. 스웨덴민주당의 의석 수는 49석으로 썩 많지는 않지만 의회에서 캐스팅 보트 구실을 하기엔 충분했다.
뢰프벤 총리는 예산안 표결 직후 기자회견에서 “중도우파 정당들이 (극우) 민주당이 정치를 좌우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으며, 이는 전례 없이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우리는 정부를 구성했고, 예산안을 가지고 있으며, 그 예산안으로 내년 총선에 임할 것”이라고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스웨덴민주당은 표결에 앞서 정부가 난민 수용 규모를 줄이지 않으면 예산안 통과를 막겠다고 압박했다. 2010년에 처음으로 의회에 진입한 이래 극단적인 반이민 정책과 인종차별주의 성향을 보이다가 이번에 결정적 발목잡기로 ‘한 방’을 과시한 셈이다. 마티아스 칼손 민주당 원내대표는 “내년 총선은 스웨덴 이민자 수용 증가에 반대하는 국민투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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