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원 리포트] 베를린
이슬람국가(IS)에 반대한다는 구실을 내세워 독일 극우세력들이 결집하고 있다. 벌써 9주째 월요일마다 드레스덴에서 반이슬람, 반외국인 구호를 내세운 시위를 벌이고 있다. 15일 드레스덴 시위에는 약 1만5000명이 모였다. 전 주보다 5000명이나 늘었다. 시위를 이끄는 조직은 ‘서구 이슬람화를 반대하는 애국적 유럽인들’의 줄임말인 ’페기다(Pegida)’라는 단체다. 이 단체에는 네오나치, 훌리건, 일반 시민들이 섞여 있다. ‘페기다’는 지난 10월 함부르크에서 쿠르드족과 살라피스트(극단적 이슬람주의 분파) 간의 길거리 충돌에 반발하며 ‘독일 땅에서 종교전쟁에 반대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그런데 월요일마다 열리는 이 시위의 규모가 커지며 독일 전국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반면 지난 주 9000여명이던 페기다 반대 시위대는 이번 월요일엔 5600여명으로 규모가 줄었다.
최근 몇 달새 독일에선 시리아 피난민 수용 논란과 살라피스트의 길거리 전도 등이 주요 뉴스였다. 게다가 이슬람주의에 경도된 독일 출신 젊은이 450여명이 이라크나 시리아까지 가서 이슬람국가에 가담해 테러를 저지른 일들이 밝혀지면서 충격을 안겨줬다. 이미 지난 10월 말 쾰른에서 ‘살라피스트에 반대하는 훌리건’ 4000명이 폭력시위를 벌였다.
이같은 분위기에 편승하여 독일기독교사회연합(CSU)의 안드레아스 쇼이어 사무총장은 지난 8일 “이주민들은 집에서도 독일어를 써야한다”는 주장을 펴, 당내에서도 빈축을 샀다. 또 지난 11일 밤엔 뉘른베르크 근교의 난민수용 예정 건물에 네오나치의 소행으로 보이는 방화사건도 있었다. ‘페기다’는 극우세력과는 선을 긋고 평화적 시위를 고수한다는 공식 방침을 내세우긴 하지만, 네오나치 등 배타적 극우세력에게도 우산이 되어 주고 있는 모양새다.
유로화에 반대하는 포퓰리즘 성향의 신생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도 페기다 시위를 공식 지지하고 나섰다. 이 정당의 알렉산더 가우란트 부대변인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 운동의 지극히 당연한 연대자”라고 말했다. 이 정당은 지난해 9월 총선에선 4.7%의 득표로 의회 진출 기준(5%)에 못미쳤지만, 현재 지지율은 6%에 이른다.
페기다 운동이 번지자, 독일 정부도 입장을 밝혔다. 하이코 마스 법무장관은 15일 일간 <쥐드도이체차이퉁>과의 인터뷰에서 “모든 것을 잃고 도움을 찾아 우리에게 온 사람들의 뒤에서 외국인 혐오 분위기를 만드는 것은 독일의 치욕”이라고 말했다. 앞서 12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독일에 무슬림을 비롯해 어떤 소수자들에 대한 혐오도 설 자리는 없다”고 못박았다.
베를린/한주연 통신원 jhanbielefel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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