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왕 펠리페 6세 누나 크리스티나 공주 법정에
스페인 국왕 펠리페 6세의 누나인 크리스티나(49) 공주가 세금 탈루 혐의로 법정에 서게 됐다.
스페인의 팔마 데 마요르카 법원은 22일 크리스티나 공주에게 탈세 혐의로 재판을 받으라는 명령장을 보냈다고 <로이터>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스페인 왕족 서열 6위인 크리스티나 공주와 올림픽 핸드볼 선수 출신인 남편 이나키 우르단가린 공작은 지난 4년간 공금 유용과 탈세 등의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아왔다. 공주 부부와 변호인 쪽은 일체의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스페인 왕족 구성원이 법정에 서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커다란 불명예를 안게 됐다. 스페인 왕실 대변인은 “사법부의 독립성을 전적으로 존중한다”는 짧은 논평만 내놨다.
우르단가린은 스포츠자선법인 누스연구소를 운영하면서 공금 560만유로를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크리스티나 공주도 260만유로 이상의 연구소 공금을 유용하고 남편의 돈세탁과 탈세에도 개입했을 것이란 의심을 받아왔다. 네 자녀를 둔 공주는 세탁한 자금을 살사댄스 교습을 비롯해 책과 공연 티켓 구입 등에 쓴 혐의를 받았다. 더욱이 이 사건은 2010년 스페인의 경제위기 와중에 폭로돼 왕실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당시 국왕이던 후안 카를로스가 지난 6월 펠리페 6세에게 왕위를 이양한 간접적 계기가 되기도 했다.
법원은 크리스티나 공주의 재판 출석을 강제하기 위해 재판 날짜가 확정 통보될 때까지 270만유로의 형사피의자 공탁금을 내라고 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명령서를 인용해 보도했다. 앞서 검찰은 크리스티나 공주의 혐의를 입증할만한 증거가 충분치 않다는 이유로 법원에 공주의 법정소환은 보류하자고 요구해왔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원이 공적 인사들의 부패 혐의를 추적, 고발해온 ‘마노스 림피아스’(깨끗한 손)라는 시민단체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 단체의 미구엘 베르나드 대표는 “우리의 제소가 아니었으면 공주에 대한 기소도 없었을 것”이라며 “법 앞에선 누구나 평등하다”고 말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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