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아드리아해를 항해하다 화재가 난 이탈리아 선적 ‘노르만 애틀랜틱’의 갑판에서 한 여성 승객이 헬기로 구조되고 있다.
이탈리아행 여객선 화재
불길은 16시간만에 잡혔지만
강풍과 폭우에 연기까지 겹쳐
구조에 난항…4명 숨진채 발견
검찰, 선원 초기대응 수사 착수
불길은 16시간만에 잡혔지만
강풍과 폭우에 연기까지 겹쳐
구조에 난항…4명 숨진채 발견
검찰, 선원 초기대응 수사 착수
그리스에서 이탈리아로 향하던 여객선의 새벽은 플라스틱이 타는 매캐한 냄새로 시작됐다. 부스스 잠에서 깨어난 연말 휴가객들은 객실에 차기 시작한 연기와 객실 바깥의 불길을 보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승객 요르고스 스틸리아라스는 불기운으로 인해 바닥이 “끓는 듯했다”고 그리스 <메가 티브이>에 당시 상황을 전했다. 2살배기 딸과 함께 구조된 바실리키 타브리젤루는 “객실 안에 있는데 비상벨 소리와 함께 폭발음이 들렸다”고 말했다. 어떤 승객은 “신발이 열기에 녹을 정도였다”고 말했고, 어떤 이는 “우린 쥐처럼 불에 탈 것 같았다”고 선상의 공포를 그리스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전했다.
28일 새벽 4시30분(현지시각)께 이탈리아 선적 카페리 ‘노르만 애틀랜틱’호의 주차구역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진 불길은 약 16시간 만인 저녁 8시30분께(현지시각) 잡혔다. 하루 뒤인 29일 이탈리아 총리 마테오 렌치는 “구조작업을 종료한다. 배에는 선장과 이탈리아 선원 4명만 남아 있다”고 밝혔다고 <에이피>(AP) 통신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하지만 이탈리아 해군 등 구조대는 남성 1명이 배에서 뛰어내려 숨졌다고 밝혔다. 또 배 안에서는 4명이 숨친 채 발견됐다. 배의 가장 위층인 갑판에서 구조를 기다렸던 승객들은 비와 진눈깨비에 장시간 노출됐으며 짙은 연기로 숨을 쉬기 어려웠다고 호소했다.
이 배는 200여대의 차를 실은 카페리로, 그리스 서부 항구 파트라스에서 출발해 이탈리아 안코나로 향하던 중 그리스 코르푸섬 북쪽 55㎞ 지점을 지나면서 새벽 5시께 구조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이탈리아와 그리스·알바니아는 해군과 해안경비대의 경비정과 헬기 등을 보내 구조작업에 나섰다. 하지만 사고 해역에 최대 시속 100㎞의 강풍과 폭우가 몰아쳐 접근조차 쉽지 않았다고 관계자들이 전했다. 불이 난 배에 수백명이 갇힌 채 안전 여부가 확인되지 않아 밤새 대형 사고에 대한 우려가 가시지 않았다. 구조된 승객들은 헬기를 통해 사고 해역에 있던 선박들로 옮겨진 뒤 뭍으로 이송됐다.
이탈리아 항구 도시인 바리의 검찰은 이날 사고가 선원들의 부주의에 의한 것은 아닌지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화재 원인과 화재가 초기에 진압되지 못하고 커진 이유 등을 수사할 방침이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일부 승객이 ‘선원들이 비상상황에 대처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태였으며, 승객들을 대피시키는 법조차 모르고 있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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