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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지중해의 대형 ‘난민 유령선’, 왜 잇따르나

등록 2015-01-04 20:48수정 2015-01-05 13:58

2일 이탈리아 남부 코릴리아노 항구에 도착한 ‘유령선’ 이자딘호에서 난민들이 밖을 내다보고 있다. 약 360명의 난민들이 탄 이 배는 선원들 없이 바다를 떠돌다 구조되었다.
2일 이탈리아 남부 코릴리아노 항구에 도착한 ‘유령선’ 이자딘호에서 난민들이 밖을 내다보고 있다. 약 360명의 난민들이 탄 이 배는 선원들 없이 바다를 떠돌다 구조되었다.
시리아 내전으로 난민 급증하자
업자들, 화물선으로 ‘묻지마 수송’

낡은 배 헐값에 사 태운 뒤 버려
1인당 탑승료 4천~8천달러 거둬
유럽의 소극적 구조 작전도 한몫

‘아랍의 봄’ 국외 난민 1670만명
국제기구 “2차 세계대전 뒤 최대”
지난주 지중해에 버려진 ‘유령선’ 2척엔 1100명이 넘는 불법 이주자(난민)들이 타고 있었다. 유럽의 난민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선원들은 없이 수백명의 난민들만 태운 채 바다에 버려두는 ‘유령 난민선’이 이틀 연속으로 발견된 것은 전례가 없었다. 또 목숨을 건 여정에 수천달러씩 냈다는 이들이 대부분 시리아 출신으로 알려져 내전과 난민들의 고통을 상징적으로 드러냈다.

이탈리아 해안으로 흘러든 유령선 2척은 모두 40년도 넘은 낡은 대형 화물선이었다. 난민들이 고무보트와 고기잡이배를 타고 밀입국을 시도하던 과거와 달리 겨울로 접어들며 일부 불법 이주 주선업자(브로커)들이 화물선을 이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해양 전문지 <로이드스 리스트>의 데이브 올센은 “낡은 할인 화물선은 100만달러도 안 주고 살 수 있다”며 “40~50년 된 배들은 인도에 고철로 팔아봤자 남는 게 없기 때문에, 그보다 좀더 쳐주면 (주선업자 등에게) 넘기려고 한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오래된 화물선은 온라인 전자상거래업체 ‘이베이’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다고 말한다.

헐값에 구해 쓰고 버릴 수 있다는 점에 더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화물선을 미끼로 유럽행 난민들로부터 거액의 뱃삯을 뜯어낼 수 있다는 셈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탈리아 경찰은 지난 2일 구조된 유령 난민선 ‘이자딘호’ 탑승자들이 1인당 배삯으로 4000달러에서 많게는 8000달러까지 냈다고 밝혔다. 이 배에는 360여명이 타고 있어, 주선업자들이 많게는 300만달러를 챙긴 것으로 보인다고 <비비시>(BBC) 방송이 전했다. 유엔 국제이주기구((IOM)의 조엘 밀먼은 지난 31일 구조된 ‘블루스카이엠’호의 경우 “주선업자들이 (탑승자) 한명당 1000~2000달러를 받아 적어도 100만달러 이상을 챙겼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유령선 전략 뒤엔 유럽의 난민 구조 정책의 변화도 한몫했다고 보고 있다. 이탈리아 해군은 지난해 11월 표류하는 난민들을 찾아 구조하는 ‘수색·구조작전’ 정책을 접고, 비용을 3분의1 로 줄일 수 있는 유럽연합의 국경수비 정책인 트리톤을 도입했다. 트리톤은 국경 수비를 주임무로 하고 구조업무는 후순위로 두는데, 주선업자들은 당국이 바뀐 정책에도 불구하고 구조에 나설 수 밖에 없도록 대규모 ‘유령선’ 전략으로 갈아탔다는 분석이다.

또 시리아와 이라크·아프가니스탄 내전으로 이들 국가에서 유럽행 밀입국을 원하는 수요가 커지면서 주선업자들이 더 대담한 방법으로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전했다. 국제이주기구의 밀먼은 “시리아에서는 동네·가족 단위로 탈출행렬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 지역의 분쟁으로 최근 약 1670만명의 난민이 전세계로 흩어졌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이밖에 지역 내에서 피난길에 오른 사람만 3330만명에 달한다. 국제이주기구 대변인 레오나드 도일은 “난민과 이주자의 규모가 2차 세계대전 이후 사상 최대”라고 말했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지난해 1~9월 지중해를 통해 유럽으로 향한 난민 16만5000여명 가운데 3000명 이상이 이 과정에서 숨졌다고 발표했다. 중동의 유럽행 난민 행렬은 2013년 한해 6만여명에 비해 크게 늘어난 수치로, 절반 가량이 시리아와 에리트리아에서 왔다. 지난주 구조된 2척의 유령 난민선 탑승자도 대부분 시리아인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아랍의 봄 난민’이라고도 불린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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