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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잘 짜인 각본…군사훈련 없이는 불가능”

등록 2015-01-08 20:09수정 2015-01-08 22:40

사건 재구성 해보니…

출근길 직원 협박 건물 진입
2층 편집회의장 정확히 찾아
5분만에 범행 끝…차 타고 사라져
용의자 3명중 1명 자수
잘 짜인 각본에 따른 전문가들의 공격이었을까.

검은 복면을 쓰고 방탄조끼를 입은 채 칼라슈니코프 자동소총을 든 괴한들이 프랑스 파리의 시사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 사무실에 도착한 것은 7일 오전 11시30분(현지시각)께였다. 이들은 실수로 옆 건물에 들어갔다가 나왔다. 때마침 ‘코코’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이 잡지사의 만화가 코린 레가 출근하고 있었다. 괴한들은 어린 딸과 함께 차에서 내린 코코에게 다가가 사무실 문을 열도록 협박했다.

건물에 들어간 괴한 2명은 복도 입구에서 한 남성을 쏴 죽였다. 그리고 곧장 주간 편집회의가 열리고 있던 2층으로 향했다. 그 시각 다른 사무실들은 거의 비어 있었다. 괴한들은 정확히 언제 어디를 공격해야 하는지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스테판 샤르보니에 편집장이 가장 먼저 쓰러졌다. 다음 차례는 그의 옆을 지키고 있던 경찰 경호원이었다. 2012년 이 잡지가 이슬람 예언자 무함마드의 나체 풍자 만화를 게재한 뒤 이어진 협박으로 항상 경찰 경호원이 사무실을 지키고 있었다. 괴한들은 이곳에서 만화가와 기자 8명과 경찰관, 회의에 참석했던 외부인 등 11명을 쏴 죽였다. 책상 밑에 숨어 있던 코코는 공격이 5분가량 지속됐다고 말했다.

인근 건물에서 찍은 동영상을 보면 괴한들은 프랑스어로 “우리가 예언자 무함마드의 복수를 했다! 우리가 ‘샤를리 에브도’를 죽였다”고 말한다. 또 “알라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는 뜻의 이슬람 신앙고백)라는 외침도 나온다. 코코는 “괴한들이 프랑스어를 완벽하게 구사했다”고 말했다.

목격자들의 눈에 비친 괴한들은 침착해 보였다. 괴한들이 건물을 빠져나올 즈음 경찰들이 현장에 도착했다. 퇴로 차단을 위해 좁은 골목을 막아선 경찰차를 본 괴한들은 다시 총격을 가했고, 또 한명의 경찰관이 쓰러졌다. 괴한은 쓰러진 경찰관의 머리에 한발을 더 쏘고는 대기시킨 검은색 시트로엥에 올라타고 사라졌다. 이름을 밝히기를 거부한 목격자는 <에이피>(AP) 통신에 “그들이 너무 체계적이라 처음에는 프랑스 반테러 정예요원들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샤를리 에브도> 사무실에서 북쪽으로 3㎞ 정도 지난 골목에서 괴한들은 한 차례 사고를 낸 뒤 차량을 버리고 다른 차를 빼앗아 타고 달아났다. 한 목격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손에 로켓탄 발사기를 들고 총탄이 박힌 차량에서 내린 그들은 나이 든 남성을 자신의 차에서 내리게 한 뒤, 지켜보는 대중에게 침착하게 인사를 건네고 ‘언론에 예멘 알카에다가 한 일이라고 전해도 된다’고 말했다”고 올렸다.

괴한들의 공격 장면을 분석한 일부 전문가들은 이들이 군사훈련을 받았을 것으로 판단했다. 경찰의 출현에도 침착하게 대응하고 끝내 도주에 성공한 점, 무차별 총격 대신 사람들한테 한두발씩 총을 쏴 살해한 점 등을 이유로 꼽았다. 아프가니스탄 특수부대에서 정보병으로 근무하고 미국 중앙정보국(CIA) 훈련을 받은 바 있는 토니 샤퍼 전 미 육군중령은 “그들은 굉장히 전문적이고 조직적이었다. 잘 짜인 각본이었다. 군사훈련 없이는 이런 작전을 수행할 수 없다”고 말했다.

프랑스 경찰은 자수한 1명을 제외한 용의자 사이드 쿠아시와 셰리프 쿠아시 형제의 사진을 공개하고 이날 3000여명을 동원해 파리에서 북동쪽으로 140여㎞ 떨어진 랭스 지역을 샅샅이 뒤졌다. 프랑스 당국은 테러 경계 경보를 최고 단계로 올렸다. 하지만 8일 파리 남부 몽루주에서 방탄조끼를 입은 남성이 자동소총을 쏴 경찰 한명과 시청 직원 한명이 다쳤다. 이날 총격사건이 전날 주간지 테러 공격과 관련이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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