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이브라힘 케이타 말리 대통령,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 마테오 렌지 이탈리아 총리(왼쪽 부터)가 11일 파리에서 열린 ‘공화국 행진’ 단합 집회에 참석해 행진하고 있다. 파리/AFP 연합뉴스
영·독 총리 등 40개국 대표 참석
드레스덴서도 “관용·반테러” 시위
드레스덴서도 “관용·반테러” 시위
각국의 정상 등 40개국의 대표들이 앞장섰다. 그 뒤를 이어 100만명 이상의 시민들이 거리에 나섰다. 테러 등 불관용에 맞서는 프랑스와 유럽의 단합을 갈구했다. 시민들은 “샤를리, 샤를리!”라고 연호했다. 또 손에는 ‘단합’,‘나는 샤를리이다’, ‘나는 인종주의에 반대한다’, ‘나는 파시즘에 반대한다’는 플래카드를 들었다.
파리뿐만 아니었다. 런던, 마드리드, 브뤼셀, 스톡홀름 등 유럽의 다른 도시들, 그리고 다른 대륙의 도시들인 뉴욕, 도쿄, 카이로, 시드니에서도 동조 집회가 열렸다.
11일 파리 레퓌블리카 광장을 출발한 ‘공화국 행진’으로 명명된 단합 집회는 관용와 단합으로 테러 및 폭력에 맞서자는 메시지를 전 세계에 전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비롯해 40개국 대표들이 앞장서서 이끌었다. 최근 3일동안 테러에 희생된 <샤를리 에브도>의 편집진 가족 등도 참가했다. 참가 인원뿐만 아니라 각국의 정상 등 대표 등의 참가 규모로는 역사적인 행진이었다.
참가자들은 <샤를리 에브도>의 편집진 등을 희생시킨 이슬람주의 테러뿐만 아니라, 이 테러를 빌미로 우려되는 무슬림 등에 대한 박해 및 극우세력의 준동에도 명백한 반대의 뜻을 표명했다.
이날 파리 레퓌블리크 광장에는 오전부터 시민들이 모여들기 시작해, 행진이 시작되는 오후 3시에는 발디틈도 없이 참가자들로 가득 찼다. 엘리제궁에 모인 각국 대표들이 행진 시작 전에 버스를 타고 와서 이 광장에 합류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행진에 앞서 성명에서 “오늘 파리는 세계의 수도이다”며 “우리 모든 국민들을 보다 나은 것을 향해 일어 설 것이다”고 말했다. 마누엘 발스 총리는 “우리 모두는 샤를리이고, 우리 모두는 경찰이고, 우리 모두는 프랑스의 유대인이다”며 최근 3일 동안 테러로 희생된 이들과 프랑스 전 국민이 다른 사람들이 아님을 강조했다 .
행진은 침묵 속에서 진행됐다. 행진 대열을 내려다보는 개선문 위에는 “파리는 샤를리이다”라는 대형 전광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행진이 시작되자, 선두에 선 각국 정상들을 팔장을 끼었다. 테러와 불관용에 맞서는 연대의 상징이었다. 일반 시민들의 대열의 선두는 ‘우리는 샤를리이다’라는 대형 플래카드를 앞세웠다.
나치 시대 때에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남매 3명을 잃은 파니 애펠바움(75)은 “소수의 불한당들이 우리의 삶을 좌지우지하지 못하게 할 것이다”라며 “오늘 우리는 모두 하나이다”고 말했다. 모로코계 프랑스 시민으로 모로코 전통복장을 입은 자카리아 뭄니(34)는 “테러리스트들에게 그들이 결코 이기지 못할 것임을 보여주려고 여기에 왔다”며 “모든 종교의 사람들이 하나가 됐다”고 말했다.
행진 대열에는 많은 어린이들도 있었다. 로리 페레스(12)는 “나에게 이번 행사는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존경을 보내는 것이다. 희생자들은 가족과 마차가지이다. 우리는 이를 학교에서 배웠다”고 연대의식을 보였다.
샤를리 테러를 계기로 유럽 전역에서는 관용 정신으로 단합해서 위기를 극복하자는 연대의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10일 독일 드레스덴에서도 시정부와 작센 주정부가 공동으로 주최한 반페기다(PEGIDA·‘서구의 이슬람화에 반대하는 애국적 유럽인’) 집회가 열렸다. 헬마 오로스 드레스덴 시장은 집회에서 “나는 페기다 운동에 반대해서 여기에 온 게 아니다”라며 “피부색이나 관습이 나와 다른 사람들을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에 온 것”이라며 종교적 차이에 기반한 페기다의 반이슬람 운동을 반대했다. 그러나 그는 “두려움 때문에 매주 월요일에 페기다와 함께 행진하는 사람들도 우리는 잊지 않겠다”며 “우리는 그들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우리와 함께하도록 초청한다”고 말했다.
이날 시위는 지난해 10월 드레스덴에서 시작돼 세력을 넓히는 페기다의 반이슬람 운동에 맞서기 위한 것이다. 페기다는 매주 월요일 집회를 열었는데, 참가 인원이 늘고 있다. 지난 5일 집회에서는 1만8000명이 참가해, 페기다 결성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하지만 작센 주정부와 드레스덴 시정부가 공동으로 주최한 이날 시위에는 3만5000명이 참가해, 페기다 집회를 압도했다.
이들은 ‘성모마리아 교회’ 앞에 모여 ‘문화적 개방, 인류애, 대화 협력’을 촉구했다. 이들은 “난민을 돕자” “모든 사람을 위한 독일” “우리는 모두 같은 언어로 웃는다” 등 관용과 단합을 뜻하는 펼침막을 들고 거리를 행진했다. 스타니스와프 틸리히 작센 주총리는 “집회에 참석한 3만5000명은 드레스덴을 사랑하고, 드레스덴이 관용과 사해동포적인 도시임을 확실히 한 것”이라고 말했다.
페기다 결성 이후 드레스덴 집회의 참가자가 계속 늘고 다른 도시들로 시위가 번지자, 독일에서는 최근 이에 반대하는 대항 집회와 시위가 더 큰 규모로 열리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도 신년 연설에서 “페기다의 주장을 따르지 마라. 그들의 마음속에 있는 것은 대부분 편견과 냉혹함, 심지어 증오다”라고 공개적으로 비난한 바 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프랑스 파리에서 11일 시민 100만여명과 40개국 지도자들이 참석한 반테러 및 관용 촉구 단합 집회인 ‘공화국 행진’의 출발 전에 레퓌블리크(공화국) 광장에 시민들이 모여 있다. 파리/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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