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370만명 시위, 톨레랑스는 계속될까
대통령부터 목말 탄 아기까지…“관용” 거리물결
극우쪽 “연대는 정치정략…가면은 벗겨진다” 폄하
대통령부터 목말 탄 아기까지…“관용” 거리물결
극우쪽 “연대는 정치정략…가면은 벗겨진다” 폄하
대통령부터 아빠의 목말을 탄 아기까지…. 테러에 반대하고 관용을 촉구하는 160만명의 외침이 파리의 거리를 가득 채웠다.
11일 프랑스 파리에서는 세계 34개국 정상을 포함한 40여개국 대표단과 160만명의 시민이 17명의 테러 희생자를 추모하고 테러를 규탄하는 대규모 행진을 했다. 프랑스 전역에서는 370만명이 모였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의 말처럼 이날 “파리는 세계의 수도”였다. 기독교인과 무슬림, 유대인이 모두 파리와 하나가 된 날이었다.
시위대는 “우리가 샤를리(테러를 당한 시사주간지)다”라고 쓴 손팻말과 ‘언론 자유’를 상징하는 펜을 들었다. 어떤 이는 “우리가 공화국이다”라고 했고, 어떤 이는 “두렵지 않다”고 했다. 한 시위 참가 여성은 “우리는 하나다. 무슬림·가톨릭·유대인, 모두 평화롭게 공존해 살고 싶다”고 말했다.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을 중심으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자치정부 수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등이 팔짱을 끼고 행진을 이끌었다. 유례없는 이 광경은 세계 시민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파리는 조심스러운 질문도 던지고 있다. 이 연대와 관용의 분위기가 계속 이어질 수 있을까?
이날 행진에 참가했던 니콜라 미쇼(31)는 “지금이 전환점이다. 차이는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한 60대 남성도 “국민 통합은 절대로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고 비관했다. 프랑스 일간 <르 피가로>의 알랭 바를뤼에는 “이 깨지기 쉬운 통합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 봐야 한다”며 “다음주면 균열이 시작될 것”이라고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테러 전부터 ‘반이슬람’ 기치를 높이 들었던 프랑스 극우세력이 득세할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위기에 처한 민주주의>의 저자이자 정치 평론가인 피에르 루슬랭도 “‘우리가 모두 샤를리다’라는 아름다운 구호와 정신의 막후에는 많은 정치적 계산들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이 느끼는 것들에 대해 크게 주장하는 유일한 목소리가 ‘국민전선’밖에 없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프랑스 극우정당인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 대표는 프랑스 전역을 휩쓴 연대의 물결에 대해, “가면은 벗겨진다. 국가적 통합은 한심한 정치 정략이다”라고 폄하했다. 집권 사회당이 주관했던 11일 행진에 초청받지 못한 르펜은 ‘국가적 통합’을 조롱하며 남부 지역 보케르에서 지지자들과 함께 “진정한 프랑스”를 외치며 행진했다. 2017년 대선의 유력 후보로 각종 여론조사에서 30%에 가까운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르펜은 테러범 처벌을 위한 사형제 부활을 주장하기도 했다.
파리 테러는 영국의 독립당과 독일의 페기다 등 유럽의 다른 극우·반이슬람주의 세력에도 이용될 가능성이 높다. <뉴욕 타임스>는 독일과 영국·스페인 정상들이 파리로 날아가 연대 행렬에 동참한 데는 이런 이유도 있다고 짚었다.
파리 시위에는 이집트·터키·러시아·알제리·아랍에미리트 대표들도 참석했는데, 언론 자유를 위해 활동하는 ‘국경 없는 기자회’는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장본인들이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는 시위에 참가했다”고 비판했다. 이들 나라는 세계 180개국 중 언론 자유 순위가 하위권에 머문다. 기자회는 “자국의 언론인을 억압하는 나라 대표들이 (행진에 동참해) 국제적 이미지 향상을 꾀하는 것을 참을 수 없다”고 했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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