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함마드 풍자 만평엔 관대하다
유대인 대상 테러 풍자엔 발끈
총리 비판 발언 이어 검찰 조사
유죄 인정되면 최고 징역 5년형
당사자는 “웃기려고 했을 뿐”
유대인 대상 테러 풍자엔 발끈
총리 비판 발언 이어 검찰 조사
유죄 인정되면 최고 징역 5년형
당사자는 “웃기려고 했을 뿐”
370만명이 거리에서 외친 프랑스의 ‘표현의 자유’는 허울이었나?
15억 무슬림의 예언자에 대한 풍자와 조롱은 가능하지만, 유대인에 대한 풍자와 조롱에 대해서는 철퇴를 내리는 프랑스의 ‘이중성’에 대한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논란은 지난 12일 <샤를리 에브도>가 최신호(14일치)에서 무함마드 풍자 만평을 다시 표지에 등장시키기로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관련기사 : ‘샤를리’ 표지에 다시 등장한 무함마드) 시작됐다. 무슬림 사회는 반발했고 ‘불필요한 도발’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17명이 희생된 지난주 파리 테러 이후 조심스럽게 나오던 “나는 샤를리가 아니다”라는 목소리가 대학가와 일부 학계를 중심으로 커지기 시작했다.
같은 날, 프랑스의 유명 코미디언 디외도네 음발라 음발라의 페이스북 글이 도마에 올랐다. “적어도 나는 오늘 밤 ‘샤를리 쿨리발리’처럼 느껴진다”고 쓴 대목이었다. “나는 샤를리다”라는 구호를 패러디 한 것으로, 9일 파리의 유대인 식료품점에서 유대인 4명을 쏴죽인 아메디 쿨리발리의 이름을 섞어 썼다.
마뉘엘 발스 프랑스 총리가 “표현의 자유를 반유대주의와 인종차별 그리고 홀로코스트를 부인하는 것과 혼동해서는 안 된다”고 디외도네의 글을 비판하면서 검찰이 조사에 나섰다. 프랑스 법무부는 판사와 검사들에게 공문을 보내 ‘반유대주의적 발언이나 행동에 강도 높은 대응을 하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이슬람을 모욕하는 발언 등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고 <에이피>(AP) 통신은 꼬집었다.
정부는 디외도네가 ‘쿨리발리에 대한 연민을 표현해 테러행위를 지지했다’고 해석했지만, 디외도네는 “난 사람들을 웃기려고 하는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샤를리 에브도> 역시 무함마드를 나체로 묘사한 만평 등에 대한 무슬림들의 항의에 대해 ‘풍자일 뿐’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14일 체포된 디외도네는 조사를 받고 일단 하루 만에 풀려났다. 법정에서 혐의가 인정되면 최고 7만유로(약 9500만원)의 벌금 또는 최고 5년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그의 체포는 ‘표현의 자유’의 한계에 대한 논쟁에 불을 붙였다. 문제적 발언인 것은 틀림없지만, 디외도네를 조사·체포하는 것은 과도한 처사이며 ‘표현의 자유’에 대한 이중잣대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한 네티즌은 트위터에 “나는 디외도네가 정말 싫지만, 프랑스에서 표현의 자유는 ‘이중잣대’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고 썼다. 작가 니콜라 부르구앵도 “왜 표현의 자유가 디외도네 앞에서는 멈추느냐”며 이번 사례가 프랑스에서 표현의 자유가 지닌 이중잣대를 보여준다고 했다.
프랑스에서는 지난주 테러 뒤 14일까지 디외도네를 포함해 54명이 인종차별 발언이나 테러 동조·위협 혐의로 체포됐다. 이들은 지난 11월 강화된 새 반테러 대응에 관한 법의 적용을 받았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12일 취중에 테러 칭송 발언을 한 30대 남성에게 4년형이 선고됐다고 보도했다. 언론법 전문 변호사인 바질 아데르는 최근 잇따른 “형량들에 놀랐다”며 현재 프랑스를 휩쓸고 있는 “정신병”이 법원의 판결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종교를 조롱하는 것과 테러리즘에 동조하는 것은 다른 일”이라고 못박았다. 실제 프랑스법은 개인에 대한 종교·인종·성적 모독과 차별, 테러리즘에 대한 동조는 중대한 범죄로 본다. 하지만 신성모독은 범죄로 규정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프랑스법에서는 <샤를리 에브도>가 예언자 무함마드를 풍자한 것은 ‘표현의 자유’로 보호받지만, 유대인을 폄하한 디외도네는 중형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샤를리 에브도>가 14일 발간과 동시에 매진 행렬 중인 가운데, 이 잡지 창립 멤버인 델페유 통(80)은 테러로 숨진 편집장 스테판 샤르보니에를 향해 ‘과도한 도발로 동료들을 죽음으로 이끌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샤를리 에브도>의 변호사는 “샤르보니에 편집장의 장례도 끝나지 않았는데 논쟁적이고 악의에 찬 글을 공개했다”며 통을 비난했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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