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유럽

히틀러 흉내 셀카…독일 ‘페기다’ 지도자 사퇴

등록 2015-01-22 19:32수정 2015-01-22 22:12

히틀러를 연상케 하는 루츠 바흐만의 ‘셀카’ 사진
히틀러를 연상케 하는 루츠 바흐만의 ‘셀카’ 사진
바흐만, 페북에 사진 올려 큰 파문
무슬림 이주자를 경멸적으로 표현
우익단체 “개인적 일탈” 진화나서
독일의 극우 포퓰리즘 단체인 ‘페기다’(Pegida·서구의 이슬람화에 반대하는 애국적 유럽인들)의 지도자가 극단적인 무슬림 혐오와 히틀러 흉내내기 놀이를 해 파문이 커지자 사퇴했다. 페기다는 21일 이 조직의 창설자이자 지도자인 루츠 바흐만(42·사진)이 히틀러를 연상케 하는 ‘셀카’ 사진을 찍은 게 논란이 돼 사임한다고 발표했다고 <데페아>(dpa) 등 독일 언론들이 전했다.

바흐만은 히틀러 스타일로 머리와 콧수염을 기른 자신의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페이스북에 올렸다가 최근 파문이 커지자 삭제했다. 또 지난해 9월부터 페이스북에 수차례 올린 글에서 독일의 무슬림 이주자들을 ‘짐승’,‘추잡한 놈들’ 따위의 경멸적인 낱말로 표현해왔다. 최근 이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바흐만은 뒤늦게 페이스북의 페기다 계정에 “내 포스팅들이 페기다 운동에 해를 끼쳤다. 불쾌감을 느낀 모든 시민들에게 사과한다”는 글을 올렸다.

그러나 이런 사과에 진정성이 담겼는지는 의문이다. 바흐만은 21일 독일 일간 <빌트>와의 인터뷰에서 “히틀러 스타일의 사진은 이미 오래전에 ‘조크’(익살) 차원에서 미용실에서 찍었다”며 “사람들이 때로는 스스로를 장난거리로 삼을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외국인 이주자들을 경멸한 표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우리 단체는 ‘개인적인 일’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는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미국 <뉴욕 타임스>는 “설령 히틀러 흉내 사진이 ‘조크’였다 쳐도 아무도 웃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독일에서 히틀러와 나치를 찬양하거나 모방하는 것은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는 금기 사항이다.

페기다를 비롯한 우익 단체들은 바흐만의 행동을 ‘개인적 일탈’로 규정하고 진화에 나섰다. 페기다의 공동 창립자이자 대변인인 카트린 외르텔은 시사주간 <슈피겔>에 “우리는 바흐만의 포스팅(의 내용)들을 가장 강력한 언어로 거부한다”며 “그것들은 페기다의 목표 및 동조자들과는 상관이 없다”고 주장했다. 페기다를 지지해온 우파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도 “바흐만이 기괴하고 역겨운 농담으로 페기다 지지자들을 난처하게 만들었다”고 비난했다.

영국 <가디언>은 “바흐만이 강도, 폭행, 마약 소지 등으로 수차례 유죄 판결을 받은 전과가 있다”고 보도했다. 독일 정보당국은 바흐만이 최근 이슬람 테러단체들의 살생부에 이름이 올랐으며, 그 때문에 지난 19일 드레스덴에서 열릴 예정이던 페기다의 ‘월요 시위’도 취소됐다고 밝혔다.

페기다에 대한 독일 정부의 제재도 강해지고 있다. 페기다 라이프치히 지부는 21일 저녁 집회를 열었지만, 라이프치히 시 당국은 이 단체의 거리 행진은 불허했다. 지그마어 가브리엘 독일 부총리는 “히틀러를 흉내내는 사람은 바보이거나 나치”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나 페기다가 당장 위축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바흐만은 사퇴에 앞서 지난 19일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들의 운동은 인종주의나 외국인혐오주의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외르텔은 “우린 혁명을 원하는 게 아니라 독일에선 발언하기 매우 힘든 이슈들을 제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2.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3.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4.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5.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