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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독일의 양심’ 바이체커 전 대통령 타계

등록 2015-02-01 15:56수정 2015-02-01 16:04

‘통일 독일’ 첫 대통령…“나치 독일의 과거를 직시하라” 촉구
“우리는 위대한 인간, 비범한 지도자를 잃었다” 애도 이어져
2015년 12월5일 한국을 방문한 폰 바이체커 전 독일 대통령 내외가 노무현 대통령 내외와 청와대 오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2015년 12월5일 한국을 방문한 폰 바이체커 전 독일 대통령 내외가 노무현 대통령 내외와 청와대 오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나치 독일의 과거사를 직시하라고 촉구했던 리하르트 폰 바이체커 전 독일 대통령이 31일 타계했다. 독일 <데페아>(dpa)통신은 이날 바이체커 전 대통령 가족의 발표를 인용해, ‘통일 독일’의 첫 대통령이었던 바이체커가 94살에 타계했다고 전했다.

바이체커 전 대통령은 1920년 슈투트가르트에서 출생했다.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철학과 역사를 공부하고 독일 괴팅겐대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땄으며 1954년 독일 기독교민주당에 입당하면서 정치에 입문했다. 베를린 장벽 붕괴(1989년)와 이듬해 독일 통일, 옛소련 해체(1991년)가 잇따른 역사적 격변의 시기에 서베를린 시장(1981~1884)과 독일 대통령(1984~1994)을 역임하면서 사회통합과 민족화합에 기여했다.

바이체커 대통령은 1985년 5월 서독 의회에서 한 제2차 세계대전 종전 40주년 기념 연설에서, 나치즘의 어두운 역사에 대한 처절한 반성과 교훈을 역설해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는 연설에서 “우리 모두는 죄가 있든 없든, 젊었든 나이 들었든, 과거를 받아들이고 책임을 져야 한다”며 “독일인들은 꾸밈과 왜곡 없이 진실을 직시해야 한다. 기억하지 않고는 화해도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독일의 젊은이들이 단지 자신이 독일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참회할 것이라고 기대할 순 없다”며 “젊은 세대와 기성 세대는 (나치 만행을) 기억하는 것이 왜 극히 중요한지 이해하도록 서로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이체커 전 대통령은 자신이 나치의 피해자이기도 했다. 제2차 세계대전에 징집돼 전투 중 부상당했으며 형은 전사했다. 외교관이던 아버지는 히틀러 정부 부역 혐의로 전범 재판에서 7년형(뒤에 5년으로 감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요하임 가우크 현 대통령은 바이체커 전 대통령의 부인에게 보낸 조문 편지에서 “우리는 위대한 인간, 비범한 국가 지도자를 잃었다”며 “그는 특히 젊은 후대와의 관계에서 집단기억과 과거로부터 교훈을 얻는 것을 매우 중시했다”고 돌이켰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바이체커의 타계는 독일에게 엄청난 손실”이라며 “그의 1985년 연설은 독일이 스스로를 이해하는데 의미심장한, 필수적이고도 분명한 연설이었다”고 말했다.

바이체커 전 대통령은 독일의 대표적인 친한파 정치인으로 여러차레 한국을 방문했으며,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40년 지기로서‘햇볕정책’을 강력히 지지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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