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이 4일(현지시간) 그리스 국채를 담보로 한 대출 승인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ECB는 이날 성명에서 “ECB 정책위원회는 그리스 긴급구제 프로그램의 성공적인 결과를 기대할 수 없어 이같이 결정했다”며 “이는 현행 유로시스템 원칙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ECB는 그리스 긴급구제를 위해 투자부적격(정크) 평가를 받은 그리스 국채를 담보로도 대출을 승인해왔다.
ECB의 이 같은 발표는 그리스 새 정부가 채무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유럽 순방 로드쇼를 하는 가운데 나왔다.
이번 조치로 ECB의 대출에 기대고 있던 그리스 시중은행들은 유동성 확보에 상당한 타격을 받게 됐다.
ECB의 이번 발표는 이날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야니스 바루파키스 그리스 재무장관이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를 만나 채무 재협상을 논의한 지 수 시간 만에 갑작스럽게 나왔다.
그리스 새 정부는 최근 구제금융 프로그램에 따른 긴축 조치가 과도하다는 입장 아래 유럽 각국 정부와 직접 만나 협의하는 로드쇼를 벌였으며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으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끌어내 왔다.
ECB는 그리스 정부가 제안한 재정증권 발행한도 증액 요청도 거부했다.
앞서 그리스는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연장하지 않고 채무를 상환하기 위해 재정증권 발행 한도를 현행 150억 유로(약 18조7천억원)에서 250억 유로로 늘려달라고 요청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ECB의 재정증권 한도 증액 거부로 그리스는 2010년 5월 이래 처음으로 외부 자금 조달 없이 채무 상환 부담을 고스란히 떠맡게 됐다고 설명했다.
ECB의 강경한 조치가 이어지면서 전날까지 낙관론이 팽배하던 국제금융시장의 분위기도 싸늘하게 돌변했다.
유로화 가치는 전날보다 1.3% 하락해 2013년 8월 이래 하루 새 가장 크게 떨어졌다.
글로벌 X FTSE 그리스 상장지수펀드(ETF) 지수는 뉴욕증시 장 마감 직전 30분 새 10% 하락했다.
그리스 정부가 이날 발행한 평균 금리 2.75%의 단기 재정증권 응찰률도 2006년 7월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그리스 정부는 이번 발행으로 6억2500만 유로를 차입할 예정이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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