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유럽

‘신성모독·표현자유’ 토론회 열리던 카페서 탕! 탕! 탕!

등록 2015-02-15 19:25수정 2015-02-15 23:27

코펜하겐 연쇄 총격 테러
14일 오후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 평온한 주말 도심 거리에 갑자기 수십발의 날카로운 총성이 울려퍼졌다. 주변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이날 오후 4시께 코펜하겐 시청 앞 크루트퇸덴 문화센터의 한 카페에서 무장괴한 한명이 자동소총을 난사해 시민 한명이 그 자리에서 숨지고 경찰관 3명이 다쳤다. 당시 카페에선 ‘예술, 신성모독, 그리고 표현의 자유’를 주제로 한 토론회 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지난달 프랑스 파리에 있는 시사주간 <샤를리 에브도> 편집국에 이슬람 극단주의의 영향을 받은 무슬림 청년들이 총기를 난사해 12명이 숨진 사건과도 관련된 주제였다. <코펜하겐 포스트>는 이 총격이 이날 토론회를 기획한 스웨덴 만평가 라르스 빌크스(68)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카페에는 빌크스를 비롯해, 덴마크의 예술인들과 프랑수아 짐레 덴마크 주재 프랑스 대사가 참석하고 있었다. 범인은 훔쳐둔 자동차를 타고 도주했다.

이어 10시간 뒤인 15일 새벽 2시께에는 코펜하겐 시내 시너고그(유대교 회당)에서도 총격 사건이 발생해, 머리에 총을 맞은 시민 한명이 숨지고 경찰관 2명이 다쳤다.

경찰은 두 사건 현장을 봉쇄하고 주요 길목에서 경계활동을 하던 중 15일 오전 6시께 코펜하겐 시내 뇌레브로 지역에서 경계근무 중이던 경찰에게 총을 쏜 무장괴한 한명을 총격전 끝에 사살했다. 뇌레브로 지역은 두번째 총격 테러가 있은 시너고그에서 5㎞ 정도 떨어진 곳으로, 주로 이주민이 모여 사는 주거지역이다.

밸런타인데이 맞은 도심서
수십발 총성에 사상자 잇따라
10시간 뒤엔 유대교 회당서 총격
파리 테러 판박이…유럽 충격

이슬람 극단주의자 범행 추정
경찰 “두 사건 범인 동일인인 듯”
언론 “카페 토론회 기획한
만평가 빌크스 겨냥한 듯”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코펜하겐 경찰 고위 관리인 토르벤 묄고르 옌센은 15일 기자회견에서 “두 건의 총격테러 범인은 동일인인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날 새벽에) 경찰에 사살된 남성이 이번 사건의 배후와 관련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두 건의 총격사건 현장에 있는 감시카메라에 찍힌 용의자는 영상 판독 결과 같은 사람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은 샤를리 에브도 사건에 이어 다시 한번 ‘표현의 자유’와 ‘타자 존중’이라는 두 가치가 충돌하는 상황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제기하고 있다. 공격을 당한 토론회를 기획한 만평가 라르스 빌크스는 이슬람 예언자 무함마드를 개로 풍자하는 등 여러 건의 도발적인 만평으로 알카에다의 살생부에 오른 인물이다. 그는 14일 <에이피>(AP) 통신에 “나를 노린 총격 같다”며 “그러나 나는 조금도 동요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코펜하겐 경찰의 예르겐 스코브 대변인도 토론회 총격의 범인은 ‘샤를리 에브도 학살’과 똑같은 시나리오를 계획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샤를리 에브도 테러’도 무함마드를 풍자한 만평가들을 겨냥했고, 유대교 전통 식료품점이 테러의 목표가 됐다.

꼭 10년 전인 2005년에는 덴마크 신문 <윌란스포스텐>이 무함마드를 터번에 폭탄을 얹은 테러리스트로 묘사한 풍자만화를 실었다가 무슬림들의 격렬한 항의를 받고 사과한 일이 있다. 당시 프랑스의 <샤를리 에브도>를 비롯해, 독일, 스페인 등 유럽의 여러 매체들이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며 문제의 만평을 잇따라 실으면서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의 테러 대상이 됐다. 이 사태로 서구와 이슬람권과의 갈등과 대립은 극한으로 치달았다.

헬레 토르닝슈미트 덴마크 총리는 14일 첫번째 총격 사건 직후 현장을 방문해 “덴마크의 단합이 시험대에 오르겠지만 우리는 함께 (테러에) 맞설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프랑스는 이번 시련에 덴마크와 전적으로 연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관련기사 : ‘총격 표적’ 추정 만평가 빌크스는 누구…개의 몸에 무함마드 머리 그려

▶관련기사 : 이번엔 덴마크…‘제2 샤를리’ 테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2.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3.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4.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5.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