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틀러의 자서전 <나의 투쟁>의 1940년대 초판본.
정부, 내년부터 학술용만 허용
현대사연구소서 가장 먼저 착수
유대인들 “재출간 절대 안돼”
현대사연구소서 가장 먼저 착수
유대인들 “재출간 절대 안돼”
70년 동안 출판이 금지됐던 아돌프 히틀러(1889~1945)의 악명 높은 자서전 <나의 투쟁>(사진)이 내년 독일에서 재출간 된다. 원본 분량의 배에 달하는 비판적 주석을 달아 ‘학술용’으로 출간될 예정이지만, 홀로코스트 생존자 등 유대인 공동체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나의 투쟁>은 히틀러가 1923년 뮌헨 반란에 실패한 뒤 이듬해 바이에른 감옥에서 구술한 자서전으로, 1925년 출판됐다. 이 책은 히틀러의 성장 과정과 초기 정치활동, 홀로코스트의 바탕이 된 반유대주의적 사상을 담고 있다. 히틀러는 이 책에서 유대인을 “영원한 기생충” “악성 박테리아” 등으로 비하하며 순수한 게르만 제국 건설 구상을 밝혔다. 나치 당원들의 필독서였던 이 책은 1945년 2차대전 종전과 함께 독일에서 출판이 금지됐다. 같은 해 히틀러가 자살하자 나치출판사에 속해 있던 저작권은 바이에른주로 넘어갔다. 독일은 저작권자 사후 70년간 저작권이 보장되는데, 올해로 그 기한이 만료된다.
이에 독일 연방정부와 16개주 법무장관들은 지난해 여름 모여 2016년 이후 출판 방침을 논의했다. 이들은 2016년 이후에도 독일 내에서 <나의 투쟁> 출판·판매를 금지하기로 합의했지만, 비판적 주석이 더해진 학술용 출판에 한해서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나의 투쟁> 재출간을 가장 먼저 준비한 것은 뮌헨시에 위치한 현대사연구소(IFZ)였다. ‘나치 바이블의 재출간’이라는 비판에 대해 연구소쪽은 지난해 “우리는 히틀러를 포위하고 싶다”며 “우리가 내놓을 작품은 반히틀러 책이 될 것”이라는 반론을 내놨다고 <데페아>(dpa) 통신이 전했다. 실제 연구소는 새 책의 2000쪽 가운데 1220쪽은 5000개에 달하는 연구자들의 주석으로 채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최근 유럽에서 극우정당이 부상하고 반유대주의가 세를 확대하는 시점에 <나의 투쟁>이 재출간되는 것에 대한 우려가 만만치 않다. 베를린에 있는 ‘반유대주의 반대를 위한 유대인포럼 ’ 대변인은 “어떻게 악마를, 히틀러 같은 사람을 설명할 수가 있나? 주석을 단다고 해도 재출간은 절대로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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