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부총리 역임 ‘옐친의 후계자’ 명성
2011년 총선뒤 대규모 반대시위 주도
재벌 베레좁스키·포브스 편집장 등
반 푸틴 인사 ‘의문의 죽음’ 잇따라
2011년 총선뒤 대규모 반대시위 주도
재벌 베레좁스키·포브스 편집장 등
반 푸틴 인사 ‘의문의 죽음’ 잇따라
지난 27일 밤 총탄에 숨진 보리스 넴초프(55)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반대 운동을 이끌어온 대표적 야권 인사다. 1990년대 보리스 옐친 정권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옐친의 후계자’로 꼽혔던 인물이기도 하다.
러시아 남부 소치의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넴초프는 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하고 물리연구소 연구원으로 일했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 뒤에는 새 원전 건설을 반대하는 환경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1980년대 후반 소련의 사회주의 개혁 정책인 페레스트로이카 당시 학자와 과학자들이 대거 발탁되면서 정치에 입문했고, 1990년 러시아공화국 최고회의 대의원 선거에서 당선돼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옐친의 후계자’라는 소문이 도는 가운데, 1997년 제1부총리직에 임명됐다. 하지만 경제개혁 임무를 맡았던 그는 1998년 러시아가 경제위기를 맞으며 자리에서 물러났다.
넴초프는 곧이어 우파세력연합의 창당 멤버로 나섰다. 우파세력연합은 1999년 선거에서 10%가량의 지지율을 얻으며 비교적 성공적인 신고식을 치렀지만, 오래 가지는 못했다. 2003년 의회 입성에 실패하자 넴초프는 대표직을 사퇴했다. 러시아의 친 우크라이나 인사로도 유명했던 그는 빅토르 유셴코 우크라이나 전 대통령의 비상임 고문 역할을 맡기도 했다. 부정선거 의혹이 일었던 2011년 러시아 총선 뒤 대규모 반대시위를 이끌었지만, 이후 대중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졌다.
넴초프 암살 뒤에 누가 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에 반대하다 목숨을 잃은 야권 인사는 넴초프가 처음이 아니다.
2003년에는 자유주의 정치인 세르게이 유셴코프가 자택 인근서 살해됐다. 이듬해에는 유력 경제지 <포브스> 러시아 편집장이 모스크바 거리에서 피격됐고, 2년 뒤엔 탐사보도 전문기자가 총을 맞아 숨진 채 발견됐다. 러시아 스파이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의 죽음을 둘러싸고도 독살 의혹이 제기됐다. 2013년에는 한때 크렘린의 실세였다가 푸틴에 등을 돌린 보리스 베레좁스키가 영국에 있는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되기도 했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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