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녀 갈등’ 극우 가를 쟁점 될 듯
극단적 인종차별 발언에 선그어
극단적 인종차별 발언에 선그어
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전선(FN)을 이끄는 마린 르펜(46) 대표가 아버지이자 국민전선 창립자인 장 마리 르펜(86) 명예대표와 공개적으로 ‘정치적 결별’을 선언했다. 르펜 부녀의 갈등이 프랑스 극우세력을 가르는 쟁점으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인종차별 발언, 유대인 비하 발언으로 악명 높은 장 마리 르펜 명예대표는 지난 2일 한 프랑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나치의) 가스실이 2차 세계대전 역사의 일부”라고 말했다. 또 지난 30여년간 이같이 말해온 자신의 발언은 “진실이기 때문에” 후회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딸 르펜은 “모든 면에서 장 마리 르펜과 의견을 달리한다”며 즉각 선긋기에 나섰다.
나흘 뒤 르펜 명예대표는 극우 주간지 <리바롤>과의 인터뷰에서 전시 프랑스를 이끈 필리프 페탱 장군에 대한 처우가 가혹했다고 말했다. 페탱은 히틀러에 협조한 혐의로 종신형을 받고 수감중 숨졌다. 르펜 명예대표는 또 스페인 태생의 귀화자인 마누엘 발스 총리의 진정성에 의문을 던지기도 해 연일 프랑스 언론에 뭇매를 맞았다.
논란이 가라앉지 않자 차기 프랑스 대선의 유력 후보로 꼽히는 르펜은 결국 아버지와의 ‘정치적 결별’을 선언했다. 르펜은 8일 성명을 내 “장 마리 르펜은 정치적 자살과 초토화의 중간쯤에서 전략을 택한 것 같다”며 “명예대표란 그의 지위가 그가 국민전선과 나에게 해가 되는 저속한 도발들을 할 수 있는 권리를 주지는 않는다”고 주장했다. 르펜은 또 아버지도 출석하는 당 고위급 회의를 소집했다고 밝혔는데, 아버지 르펜이 당에서 제명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르펜 명예대표가 “자식에게 배반당했다”며 오는 12월 지방선거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한 것을 더이상 두고 볼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르펜 대표는 2011년 국민전선 대표직을 넘겨받은 뒤 줄곳 아버지의 그림자를 지우려고 애썼다. 아버지의 극단적 발언들이 주류 유권자들의 표심을 얻는 데 방해가 된다는 점을 알기 때문이다. 실제 르펜의 노력은 지난해 프랑스 내 유럽의회 선거와 2주 전 치러진 지방선거 1차 투표에서 국민전선의 선전으로 이어졌다.
몇년째 국민전선의 골치꺼리로 치부된 르펜 명예대표는 1972년 국민전선을 창당한 프랑스 극우의 대부다. 2002년 대선에서는 결선에 진술해 프랑스 사회에 충격을 안기기도 했다. <아에프페>(AFP)통신은 ‘르펜이 아버지와 결별한 것은 개인적으로는 힘든 일이지만 국민전선의 당선 가능성은 높일 것’이라고 전했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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