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선제적 대응’ 경고에도 폴란드, 50억달러 규모 미국 MD 도입

레이시온사 패트리어트 선정
내달 미 국방부와 협상 시작
2025년까지 총 7기 설치 예정

폴란드가 러시아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계(MD)를 도입하기로 했다. 지난주 러시아가 미국 주도의 미사일 방어체계를 도입하면 ‘선제적 대응의 표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폴란드는 이를 무시하고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브로니스와프 코모로프스키 폴란드 대통령은 21일 기자회견에서 “군의 현대화가 동쪽(러시아)로부터의 위협에 대한 우리의 대응”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군의 기술적 현대화와 폴란드 군이 위력을 되찾기 위해, 미사일 방어망이 최우선 과제가 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폴란드의 미사일 방어체계 사업 주체로는 미국 군수업체 레이시온이 선정됐다. 폴란드가 레이시온과 체결할 패트리어트 미사일 방어체계는 약 50억달러(5조3975억원)에 이르는 사업으로 알려졌다. 이는 코모로프스키 대통령이 추진하는 400억달러(약 43조1960억원)짜리 ‘군 현대화 전략’의 일부로, 대통령은 이날 프랑스 에어버스사의 헬리콥터 50대 구매 방침도 발표했다.

폴란드는 그동안 우크라니아 사태가 전면전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며 군비를 늘리겠다고 밝혀왔다. 2016년에는 국내총생산의 2%를 군 예산으로 지출해오던 과거 정책을 재도입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사일 방어체계 도입을 논의하기 위해 폴란드 국방장관이 다음달 워싱턴에서 미 국방부와 협상에 들어간다. 폴란드 국방부는 누리집을 통해 협상이 타결되면 계약 체결 3년 안에 미사일 발사대 2기가 폴란드에 설치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2025년까지는 5기를 추가로 도입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폴란드의 미사일 방어망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가 오랫동안 추진해온 방어체계의 일부가 될 예정이다. 나토는 이 방어체계가 러시아가 아닌 이란의 미사일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러시아는 이를 직접적 위협으로 받아들이며 강하게 반발해왔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지난주 “미국과 동맹국들이 이란의 미사일 위협에 대해 말해온 것이 거짓으로 드러났다”며 나토 쪽 주장을 일축했다. 그는 16일 모스크바에서 열린 국방회의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는데, <월스트리트 저널>은 당시 회의에 참석한 인사들이 모두 미국과 나토의 위협을 경계했다고 전했다.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 총참모장은 “미사일 방어체계가 도입되고 있는 비핵 국가들은 (러시아의) 선제적 대응의 대상이 됐다”고 위협했다. 폴란드와 루마니아를 겨냥한 발언이었다. 나토는 루마니아에도 미사일 방어망 기지를 세우기 위해 협의 중이다.

한편, 러시아 <스푸니크> 통신은 폴란드가 미사일 방어체계 도입을 발표한 것은 대선을 앞둔 코모로프스키 대통령의 ‘국내 정치용 행보’라는 분석을 내놨다. 통신은 폴란드 정치전문가인 비에스와프 가웡스카의 말을 인용해 “우크라이나에서 무력분쟁이 벌어지고 있는 시점에 코모로프스키는 강력한 최고사령관으로 보이길 원한다”고 전했다. 다음달 10일로 예정된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는 코모로프스키의 선거전략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김지은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