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총선이 열린 7일 잉글랜드 동부 헐에 있는 이스트헐 복싱 아카데미에서 주민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맞은편에서 권투 연습을 하는 사람도 보인다. 헐/AP 연합뉴스
지지율 1% 안팎 엎치락뒤치락
정치권 전통적 양강구도 흔들
다양한 정치적 의견·여론 반영
‘소수 정당들 성장 징표’ 분석도
정치권 전통적 양강구도 흔들
다양한 정치적 의견·여론 반영
‘소수 정당들 성장 징표’ 분석도
영국 정치권의 전통적인 ‘양강 구도’가 흔들리고 있다.
7일 치러진 영국 총선에서 어느 정당도 단독 과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할 게 확실시되고 있다. <가디언> 등 영국 언론들은 선거를 하루 앞둔 6일, 양대 정당인 노동당과 보수당의 지지율이 각각 35% 수준에서 초접전을 벌이고 있어, 또다시 ‘헝 의회’(Hung Parliament)를 구성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고 전했다. ‘헝 의회’는 전체 650석의 하원 의원을 뽑는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차지하는 정당이 없어 “불안하게 매달려 있는 상태(hung)의 의회”를 뜻한다.
영국은 앞서 2010년 총선에서도 과반 의석 정당이 나오지 않아 보수당-자유민주당 연립정부를 구성했다. 최근 두 차례의 총선에서 잇따라 ‘헝 의회’가 등장하면서, 최근 100년 동안 총선에서 번갈아 단독 과반 의석을 차지하며 집권해온 노동당-보수당 양당 구도에 뚜렷한 균열이 생긴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보수당이 창당된 1834년 이후 지금까지 180년 동안 ‘헝 의회’가 등장한 것은 1929년과 1974년, 그리고 2010년까지 단 세 차례뿐이었다.
이번 총선의 투표소 입장 마감시간이 7일 밤 10시(한국시각 8일 오전 6시)인데다 양대 정당이 워낙 초박빙의 접전을 벌여, 선거 결과는 8일 오후에야 윤곽이 나올 예정이다. 그러나 선거 직전까지의 여러 여론조사를 보면, 영국 유권자들은 이번 총선에서도 어느 한 정당을 전폭적으로 지지하지 않았다. 총선 직전까지의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수당과 노동당은 각각 31~35% 지지율 범위에서 동률을 이루거나 기껏 1% 안팎의 차이로 엎치락뒤치락하는 초박빙의 접전을 벌였다.
유럽의 대다수 의원내각제 국가들의 총선에서 과반 의석 정당이 나오지 않아 연정을 구성하는 경우는 흔하다. 그러나 영국 하원은 의회제도가 시행된 초기부터 전통적으로 양당 구도를 이뤄왔다. 17~19세기 200여년 동안은 현재 보수당의 전신인 토리당(왕권파)과 자유당의 전신인 휘그당(민권파)이 팽팽히 맞섰다.
또 19세기 이후 지금까지 200년 동안 50여차례 치러진 총선과 재·보선에서도 전통적인 양강 구도는 변치 않고 유지됐다. 보수당이 창당한 1834년 이후 100년 가까이는 보수당과 자유당의 양당 천하였다. 이어 1900년에는 노동당이 창당하면서는 자유당이 쇠락하기 시작했으며, 1929년 헝 의회가 형성된 이후로는 줄곧 보수당과 노동당이 번갈아 집권해왔다.
최근 10년새 영국 총선에서 잇따라 헝 의회가 등장한 것은 과거와 달리 노동당 또는 보수당이 지지자들로부터 절대적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른 한편으론 정치적 의견과 여론이 그만큼 다양해지고 그것을 반영할 소수 정당들이 성장하고 있다는 징표이기도 하다. 유럽연합 탈퇴를 외치는 영국독립당이 여론조사에서 현재 보수당의 연정파트너인 자유민주당을 제친 것도 유럽에서 배타적 우익 포퓰리즘이 정치적 세력을 확장하고 있는 현상으로 주목된다.
이번 총선에서 집권 보수당은 경제 회복과 재정적자 축소를 성과로 내세우며 정권 연장을 호소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재정긴축 기조를 유지하되 5년간 증세는 없을 것이라며 표심을 구했다. 반면, 노동당은 파탄 난 서민경제를 살리겠다며 5년만의 정권 탈환을 위한 지지를 호소했다. 노동당은 복지 재원을 늘리는 방법으로 ‘부자 증세, 서민 감세’를 내세웠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영국 총선 정당별 지지율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