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치러진 영국 총선에서 30여년만에 최악의 성적표를 기록한 노동당의 노선을 둘러싼 논쟁이 시작됐다.
좌파 노선을 선명히 한 에드 밀리밴드의 노동당이 참패하자, ‘친기업 정책’으로 세 차례 연속 선거 승리를 이끈 토니 블레어 전 총리가 ‘신노동당 전략으로 복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블레어 전 총리는 9일 <가디언>에 기고한 글에서 ‘중간층’의 중요성과 함께 “노동당은 동정·보살핌과 함께, 야망과 포부도 대변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밀리밴드가 경제계와 중산층의 마음을 얻는 데 실패했다고 짚은 것이다. 블레어 전 총리는 “정상에 오르는 길은 중간지대를 가로질러 존재한다”며 “(노동자들은) 우리가 그들의 노고를 칭송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그 노고 끝에 자신들이 성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블레어 전 총리는 1997년 총선 당시 중산층을 겨냥한 ‘친기업 노선’을 표방하며 표심을 얻었으나, 당내에서는 전통 좌파 노선을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블레어를 뒤이은 고든 브라운 전 총리는 친기업 노선을 폐기했고, 2010년 총선에서 패했다. ‘고든파’로 분류되는 밀리밴드도 이번에 참패했다. 블레어 전 총리의 주장은 영국 노동당의 치열한 노선 투쟁을 예고한다.
집권 보수당의 압승으로 끝난 총선 결과를 놓고 민족주의의 대두와 영국 분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영국 언론들은 “노동당이 두 개의 민족주의에 패배했다”고 분석하며, 하나는 ‘스코틀랜드 민족주의’이고, 다른 하나는 이민자 정책과 유럽연합 탈퇴를 부추긴 보수적인 ‘영국 민족주의’라고 했다. 미국 <워싱턴 포스트>는 스코틀랜드 분리독립에 강한 거부감을 가진 잉글랜드의 보수층을 자극한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가 합쳐진 ‘그레이트 브리튼’이 아닌 ‘잉글랜드만의 리틀 브리튼’ 건국의 아버지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았다.
영국 여론조사 기관들은 완전히 빗나간 선거 예측에 대해 사과하며 외부 기관에 의뢰해 원인 조사에 나섰다고 <파이낸셜 타임스> 등이 보도했다. 이들은 올 초부터 보수당과 노동당이 3%포인트 내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다고 전해왔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 보수당은 331석으로 과반 의석을 얻었고, 노동당 232석, 스코틀랜드독립당 56석, 자유민주당 8석, 영국독립당이 1석을 차지했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