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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프랑스를 움직인 이 남자, 이번엔 세계를 움직일까

등록 2015-05-26 19:50수정 2015-05-27 15:50

팔다 남은 식품 기부 법제화한 35살 시의원 데람바르시
1월부터 청원운동 시작…20만명 서명 받아 여론 조성
하원 최근 만장일치 통과…올 하반기 국제회의에서 제안
아라시 데람바르시 쿠르브부아 시의원.
아라시 데람바르시 쿠르브부아 시의원.
35살의 시의원과 그의 친구들이 나섰다. 목표는 “프랑스에서 음식물을 그만 버리자!”는 것이었다. 21만1278명의 시민들이 이들의 호소에 응답했고, 청원은 프랑스 의회를 움직였다. 그 결과, 프랑스에서는 대형 슈퍼마켓에서 안 팔린 식품을 기부토록 강제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아라시 데람바르시는 프랑스 파리 북서부에 위치한 쿠르브부아의 젊은 시의원이다. 2014년 12월 데람바르시는 친구들과 함께 지역 슈퍼마켓에서 팔다 남은 음식물을 모아 배고픈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으로 매주 3번씩 재고 식품을 모아 매일 밤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눠줬다. 문제는 이들의 행위가 현행법상 ‘절도’에 해당한다는 점이었다. 2011년 마르세유의 한 슈퍼마켓에서 최저임금을 받고 일하던 6자녀의 아버지가 쓰레기통에서 팔다 남은 멜론 6통과 양상추 2통을 꺼내다가 신고를 당해 논란이 일었다.

데람바르시와 친구들은 지역 캠페인을 법제화할 필요성을 느꼈다. “우리는 매일 100여명을 도왔는 데 절반은 다자녀를 둔 싱글맘, 연금생활자, 저임금 공공근로자들이었고 나머지 반은 노숙자들이었어요.” 데람바르시는 25일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개인적인 이유도 있었다. 이란계인 그는 가난한 법학도 시절 하루에 한끼만 제대로 먹고 살았다고 했다. 한달 생활비 400유로 중 월세를 내면 남는 게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매일 5시쯤 파스타나 감자를 먹었는데, 배고프면 항상 다음 끼니 걱정에 공부하거나 일에 집중하기가 힘들다”고 털어놨다. 그는 지난 1월 청원운동을 시작했다. 21만여명의 서명을 받아, 먹을 수 있는 음식물 폐기 금지 법안이 통과되도록 목소리를 높이기로 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지난 21일 프랑스 하원은 ‘프랑스 대형 슈퍼마켓은 팔다 남은 식품을 폐기하는 대신 자선단체 등에 기부해야 한다’는 조항이 담긴 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 법은 먹을 수 있는 재고 식품의 경우 자선단체에 기부하거나 동물 먹이로 쓰거나 또는 농장에 전달해 퇴비로 사용하도록 강제한다. 지금까지 프랑스 식료품 업체들은 식중독 등이 우려된다며 폐기 식품에 표백제를 뿌리거나 창고에 넣었다가 곧바로 수거되도록 해왔는데, 이 역시 금지된다. 또 400㎡ 이상 면적의 슈퍼마켓은 내년 7월까지 자선단체들과 기부 계약을 맺도록 하고, 이를 어기면 최고 7만5000유로(9019만원) 또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프랑스 정부는 2025년까지 음식 쓰레기를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이 법안도 그 일환이다. 프랑스에서는 매해 1인당 20~30㎏의 음식물을 버리며, 이를 합치면 한해 200억유로(24조4000억원)어치에 해당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데람바르시는 이제 이 법안을 세계화할 때라고 말한다. 그는 유명 록그룹 U2의 보컬 보노가 설립한 비영리단체 원(ONE)을 통해 올 하반기 잇따라 열리는 국제회의에서 이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영국에서는 이들의 선례를 따라 비슷한 캠페인이 시작됐다. ‘38도 캠페인’ 사이트를 통해 온라인 청원운동을 시작한 리지 스와프는 “영국이 그 어느 때보다 푸드뱅크에 의존하는 걱정스러운 상황에서, 우리도 이들(프랑스)처럼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요?”라며 슈퍼마켓의 안 팔린 식품 기부 강제 법안을 제안했다. 이에 더해 기부된 음식 배달을 위해 온라인쇼핑 때 2파운드(약 3400원)의 기부를 독려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지난주 시작된 이 청원은 26일 현재 10만9000명 이상의 서명을 받아 의회에서 논의될 수 있는 기준을 넘었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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