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각 2명 무덤 흙 떠와 이장
여성으론 마리 퀴리 이후 처음
“자유·평등·박애 계속 지켜가야”
여성으론 마리 퀴리 이후 처음
“자유·평등·박애 계속 지켜가야”
27일 프랑스 파리의 팡테옹에서는 프랑스 국기에 덮인 관 4개를 안장하는 예식이 엄숙한 분위기 속에 치러졌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에 맞서 싸웠던 프랑스 레지스탕스 남성 전사 2명의 유해와 여성 전사 2명의 무덤에서 떠온 흙을 프랑스의 명예를 상징하는 건물인 ‘팡테옹’으로 이장하는 행사였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추모 연설에서 “이들은 레지스탕스 정신을 체현해, 점령과 굴복에 맞서 즉각, 단호하게, 명료하게 ‘아니오’라고 거부했다”고 기렸다고 <프랑스 24> 방송 등이 전했다.
팡테옹은 프랑스 왕 루이 15세가 고대 로마에서 ‘모든 신’(판테온)들을 위해 지은 신전을 본떠 18세기에 건축한 신고전주의 양식의 웅장한 성당으로, 지금은 프랑스를 대표하는 위인들을 안장하는 영묘로도 쓰인다. 지금까지 볼테르, 루소, 빅토르 위고, 에밀 졸라, 마리 퀴리 등 모두 71명의 프랑스 위인들이 이곳에 잠들어 있었다.
이날 팡테옹에 새 안식처를 찾은 이들은 준비에브 드골앙토니오즈, 제르멘 티용 등 여성 2명과 피에르 브로솔레트, 장 제 등 남성 2명이다. 이 중 드골앙토니오즈는 레지스탕스 전사 출신인 샤를 드골 전 대통령의 조카딸이다. 레지스탕스 정보조직의 핵심으로 활동하다 체포돼, 1945년 독일이 패전할 때까지 집단수용소에 갇혀 있었다. 티용은 첩보원으로 활약하면서 레지스탕스 포로 탈출을 도왔으며, 전쟁이 끝난 뒤 인류학자로 생을 마쳤다. 여성이 자신의 업적으로 팡테옹에 안장된 건 노벨상을 두 차례(물리·화학)나 받은 마리 퀴리 이후 이들이 처음이다.
남성 2명은 종전을 1년 앞둔 1944년에 숨졌다. 브로솔레트는 레지스탕스 라디오 방송인이자 지하조직원으로 활동했으며, 게슈타포(나치 비밀경찰)에 체포돼 고문을 받자 조직을 보호하려 창 밖으로 몸을 던졌다. 장 제는 전쟁 전 교육부장관을 지냈으며 전쟁 중에는 망명정부를 건설하려다 나치에 체포된 뒤 감옥에서 살해됐다.
이날 이장식에는 이들 4명 영웅의 삶을 사진·자료·동영상 등으로 재조명하는 전시회도 함께 마련됐다. 필리프 벨라발 국립기념물센터 원장은 “레지스탕스(저항)는 독일의 항복으로 끝난 게 아니라 지금도 다른 형태로 계속된다”며 “자유·평등·박애를 지키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일상의 투쟁”이라고 말했다.
조일준 기자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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