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가 워털루 전투 200주년을 맞아 두번째 기념주화를 내놨다. 3개월 전 프랑스의 반발에 부딪혀 폐기했던 2유로짜리 동전에 이어 이번에는 2.5유로짜리 동전을 선보인 것이다.
나폴레옹은 200년 전 워털루 전투에서 패배해 역사의 무대에서 퇴장했지만 그의 그림자는 여전히 워털루 들판에 드리워져 있다.
벨기에가 워털루 전투 200주년을 맞아 두번째 기념주화를 내놨다. 3개월 전 프랑스의 반발에 부딪혀 폐기했던 2유로짜리 동전에 이어 이번에는 2.5유로짜리 동전을 선보인 것이다.
지난 3월 벨기에가 2유로짜리 새 동전을 선보이자, 프랑스 정부는 유럽연합에 항의 공문을 보냈다. 동전에 새겨진 워털루 전사자 헌정 기념비 ‘사자의 언덕’의 상징성이 문제였다. ‘사자의 언덕’은 1815년 6월18일 연합군이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의 프랑스 군대를 물리친 워털루 전투에서 숨진 병사들을 기리기 위해 벨기에 동남부 워털루에 세워졌다. 유럽사의 물길을 바꾼 이 대혈전을 끝으로 나폴레옹은 세인트헬레나섬으로 유배됐고, 그곳에서 생을 마쳤다. 프랑스에는 ‘불편한’ 역사다.
프랑스는 당시 공문에서 동전의 디자인이 “유로존 정부들이 통화의 단일화와 협력을 강화하려고 노력하는 시점에서 편견을 갖게 한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또 벨기에의 새 동전의 “부정적인 함의”를 지적하며, 워털루는 유럽사에서 전장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덧붙였다. 프랑스는 동전이 발행되면 “프랑스 내에서 부정적인 반응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프랑스의 압박에 벨기에는 이미 제작한 동전 18만개를 폐기할 수밖에 없었다. 250만달러(약 28억원) 이상 들어간 야심 찬 프로젝트가 무산되는 순간이었다. 외신들은 두 나라의 신경전을 두고 “2차 워털루 전투가 벌어졌다”며 “이번 승자는 프랑스”라고 전했다.
그런데 벨기에가 역습을 가했다. ‘기존에 없는 통화 단위’의 동전은 유로존 국가들이 독자적으로 발행할 수 있게 되어 있는 규정을 이용한 것이다. 유로존에 2.5유로짜리 동전은 없었다. 벨기에는 프랑스의 반발을 교묘히 피하면서 목적을 달성했다.
벨기에는 새 동전을 7만개 발행할 계획이며 벨기에 상점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10유로짜리도 수천개 발행되며 약 40유로에 판매된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