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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피케티 등 5인의 석학, 메르켈에 공개편지 “그리스를 살려라”

등록 2015-07-08 16:52수정 2015-07-09 03:17

(왼쪽부터)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 교수, 재프리 색스 컬럼비아대 교수, 대니 로드릭 하버드대 교수. 한겨레 자료사진
(왼쪽부터)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 교수, 재프리 색스 컬럼비아대 교수, 대니 로드릭 하버드대 교수. 한겨레 자료사진
세계적 경제학자들, 독일이 나서 그리스 부채 줄여줄 것 호소
“국민은 ‘긴축’ 조건 지켜…EU가 처방한 약이 피만 더 흘리게 해”
“우리 모두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트로이카(유럽연합·국제통화기금·유럽중앙은행)에 촉구합니다. 더 큰 재앙을 피하고 그리스가 유로존에 남을 수 있도록 궤도를 수정하십시오.”

세계적 경제학자 5명이 7일(현지시각) 그리스의 최대 채권국인 독일의 메르켈 총리에게 공개편지를 보내, 그리스의 부채를 줄여줄 것을 호소했다. 지난달 30일 국제통화기금(IMF) 채무 상환 불이행과 구제금융 종료, 더 이상의 긴축을 거부한 국민투표로 디폴트(채무 불이행)와 유로존 이탈 직전까지 몰린 그리스를 살려내자는 것이다.

<21세기 자본>으로 주목받는 토마 피케티(프랑스 파리경제대 교수)를 비롯해, 제프리 색스(미국 컬럼비아대 교수), 하이너 플라스베크(전 독일 재무장관), 대니 로드릭(미국 하버드대 교수), 사이먼 렌루이스(영국 옥스퍼드대 교수) 등 5명의 경제학자들은 이날 미국 주간 <네이션> 온라인판에 실은 공개편지에서 “그리스에 대한 과감하고 관대한 조처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구제금융 채권단의 ‘긴축’ 요구에 대한 그리스의 찬반 국민투표에서 ‘반대’ 결과가 나온 5일 밤(현지시각) 아테네의 의회 앞에 모인 ‘반대론’ 지지 시민들 중 한 여성이 그리스 국기를 흔들며 자축하고 있다.  아테네/AP 연합뉴스
구제금융 채권단의 ‘긴축’ 요구에 대한 그리스의 찬반 국민투표에서 ‘반대’ 결과가 나온 5일 밤(현지시각) 아테네의 의회 앞에 모인 ‘반대론’ 지지 시민들 중 한 여성이 그리스 국기를 흔들며 자축하고 있다. 아테네/AP 연합뉴스
이들은 먼저 “그리스 국민은 임금·정부지출·연금 삭감, 민영화 및 규제완화, 증세 등 메르켈 총리가 요구한 ‘긴축’ 조건을 대부분 지켰지만, 그리스 경제는 1929~1933년 대공황 이후 볼 수 없던 수준으로 피폐해졌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독일과 유럽연합이 처방한 약이 환자를 치료하기는커녕 피만 더 흘리게 했다”는 것이다. 1950년대에 유럽이 독일의 막대한 전쟁 배상금 부채를 탕감해줌으로써 독일이 전후 세계경제 재건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는 사실도 상기시켰다.

이들은 이어 “지금 그리스 정부는 머리에 총을 대고 방아쇠를 당기라는 강요를 받고 있다”며 “그 총알은 그리스의 미래뿐 아니라 희망·민주주의·번영의 등불인 유로존까지 죽이고, 세계적 경제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들은 “그리스에 대한 채무 재조정(부채 경감)으로 경제가 회복될 숨통을 터주고 채무상환 기간도 장기화할 필요가 있다”며 “지금이야말로 가혹했지만 실패한 긴축 프로그램을 인도주의적으로 재고하고 대규모 부채 경감에 합의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메르켈 총리는 그리스에 9일까지 새 경제개혁안을 내놓으라는 최후통첩을 보냈으며, 오는 12일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구제금융 재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경제학자들은 “우리가 메르켈 총리에게 보내는 메시지는 명징하다”며 이런 충고로 끝을 맺었다. “역사는 이번주에 당신이 한 일로 당신을 기억할 것입니다.”

 긴축은 실패했다: 토마 피케티가 앙겔라 메르켈에게 보내는 공개 편지

 5명의 저명한 경제학자들이 독일 총리에 경고
 “역사는 당신이 이번 주에 한 일로 기억할 것”

유럽이 그리스 국민에 강요하고 있는 끝없는 긴축이 먹히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스는 더 이상의 긴축은 안된다고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세상이 다 알듯이, 유럽이 제시한 요구들은 대량실업과 은행시스템의 붕괴로 그리스 경제를 파탄냈으며, 국가 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175% 까지 늘어났을만큼 외채 위기를 훨씬 악화시켰습니다. 국가의 세수가 격감하고, 경제생산과 고용이 위축됐으며, 기업들은 자본이 고갈됐습니다.

그에 따른 파장도 엄청납니다. 어린이의 40%가 빈곤선 수준에서 살며, 영아사망률이 치솟고, 청년실업은 50%에 이릅니다. 그리스의 이전 정부들에서 만연했던 부패, 탈세, 부정회계가 오늘날 부채 위기를 만들어내는 구실을 했습니다. 이후 그리스인들은 메르켈 총리가 요구한 ‘긴축’ 조건을 대부분 지켜왔습니다. 임금과 정부 지출과 연금을 삭감헀고, 기업을 민영화하고 규제를 완화했으며, 세금을 올렸습니다. 그러나 최근 몇년새 이어진 이른바 ‘조정 프로그램’들은 1929~1933년 세계대공황 이후 유럽에선 찾아볼 수 없을만큼 그리스의 경제를 황폐하게 했을 뿐입니다. 독일의 재무장관과 유럽연합이 처방한 약은 환자의 병을 치료하긴커녕 피를 흘리게 했습니다.

이에 우리 모두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트로이카(유럽연합·국제통화기금·유럽중앙은행 등 국제채권단)에 궤도를 수정하라고 촉구합니다. 더 큰 재앙을 피하고 그리스가 유로존에 남을 수 있도록 말입니다. 지금 이 순간, 그리스 정부는 자기 머리에 총을 대고 방아쇠를 당기라는 강요를 받고 있습니다. 유감스럽게도, 그 총알이 그리스의 미래만 죽이지는 않을 겁니다. 희망과 민주주의와 번영의 등불인 유로존까지 죽일 것이며, 나아가 세계적인 경제침체로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1950년대에 유럽은 독일 부채의 탕감 위에서 다져졌습니다. 이는 독일이 2차 세계대전 이후 경제성장과 평화에 큰 기여를 하도록 했습니다. 이제 우리는 그리스의 채무를 재조정하고 경감하며, 경제가 회복될 숨통을 터주고, 채무상환 기간도 길게 연장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바로 지금이야말로 가혹했지만 실패한 긴축 프로그램을 인도주의적으로 재고하고 대규모 부채 경감에 합의할 시점입니다.

메르켈 총리에게 보내는 우리의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우리는 당신이 그리스와 독일, 그리고 세계를 위한 리더십을 발휘해, 위의 필수적인 조처들을 실행하십시오. 역사는 이번주에 당신이 한 일로 당신을 기억할 것입니다. 우리는 당신이 유럽의 후대들에게 보탬이 될 과감하고 관대한 조처들을 취할 것을 기대하고 믿습니다.

진심을 담아,

토마 피케티/ 프랑스 파리경제대 교수
제프리 색스/ 미국 콜롬비아대 교수
하이너 플라스베크/ 전 독일 재무장관
대니 로드릭/ 미국 하버드대 교수
사이먼 렌루이스/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

▶ 바로가기 : <더 네이션> 원문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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