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의회서 법안들 처리
상당수 의원·시민들 반발
상당수 의원·시민들 반발
유로존 정상들이 13일 그리스 구제금융 협상 재개에 극적으로 합의하면서,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위기는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 그러나 이번 합의안에 담긴 조건들이 최근 그리스 국민들이 투표에서 거부했던 채권단 요구안보다도 더 엄격한 긴축과 이행 감시 규정까지 담고 있어, 앞으로 그리스 내부에서 협상 조건을 둘러싼 논란과 갈등이 거세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아테네 시민이자 이코노미스트인 하랄람보스 룰리스코스는 이날 유로존 정상회의 합의 소식이 전해진 직후 <아에프페>(AFP) 통신에 “비참하고, 굴욕적이며, 노예 같다”고 개탄했다.
지난 2월 ‘긴축 완화’와 ‘부채 탕감’을 내걸고 집권한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와 집권 시리자(급진좌파연합) 정부에 이번 합의안은 더 큰 압박이 될 수밖에 없다. 당장 급한 불은 껐다지만, ‘더 많은 빚’과 ‘더 엄격한 긴축’ 말고는 사실상 얻은 게 별로 없어서다.
치프라스 총리는 오는 15일까지 의회에서 이번 합의안을 뒷받침할 법안들에 대한 동의를 받아내야 한다. 그러나 시리자 내부의 강경파와 그리스 공산당 소속 상당수 의원들은 치프라스가 지난 5일 국제 채권단의 긴축 요구를 거부한 국민투표의 뜻을 배신하고 굴복했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번 유로존 정상들의 밤샘회의가 열리기 하루 전인 11일, 시리자 소속 의원 149명 가운데 17명은 구제금융 협상안에 따른 법안들에 찬성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치프라스 총리로선 전체 300명 의원 중 과반 동의를 얻기도 만만치 않을 것이란 얘기다.
치프라스 총리는 또 텔레비전 광고세와 사치세 신설, 법인세 인상 등 새로운 세수 확보 방안을 놓고도 부유한 기득권층의 거센 저항을 넘어야 한다. <로이터> 통신은 13일 “이번 합의가 치프라스 총리의 연립정부를 분열시키고 그리스 국민들의 격렬한 항의를 촉발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더 근본적인 우려는 그리스가 세번째 구제금융을 받고 채권단의 가혹한 긴축 요구를 이행한다고 하더라도 그리스 경제가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회생하리란 보장이 없다는 점이다. 그리스는 지금까지 5년 동안 트로이카(유럽연합·국제통화기금·유럽중앙은행)에 모두 2400억유로의 구제금융을 지원받으면서 혹독한 긴축을 감내했지만 달라진 건 없었다. 한 소기업 경영자도 <아에프페> 통신에 “이번 합의로 앞으로 몇년간 더 힘들어질 게 뻔하다”며 “차라리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게 더 나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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