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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치프라스도 메르켈도 ‘상처뿐인 합의’

등록 2015-07-14 20:41수정 2015-07-14 21:23

구제금융 협상 후폭풍
유로존 정상회의에서 밤샘 회의를 거치며 진통 끝에 합의된 그리스 구제금융 협상안이 후폭풍에 휘말리고 있다. 그리스에서는 거센 반발로 시리자(급진좌파연합) 연립정부가 위기에 빠졌다. 유럽 대륙에서도 이번 합의가 가져올 역효과를 우려하는 비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리스 정부 위기
여권 내 좌파연대·독립당 반대 표명
합의안 통과돼도 연정 유지 불안
시민 거센 저항 땐 조기총선 예상도

유럽연합 내 균열
유로존-비유로존 간극 깊어져
독일, 강경 노선 일관 도전 직면
그리스, 합의안 지킬지도 불확실

■ 합의안 통과돼도 그리스 정부 위기

치프라스-메르켈
치프라스-메르켈
구제금융안에 합의하고 13일 오후 아테네로 돌아온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를 맞은 것은 합의안에 포함된 긴축정책에 대한 반대시위와 15일로 예고된 공무원들의 24시간 파업이었다. 연립정부 안에서도 이탈이 속출했다. 연정 파트너인 그리스독립당과 집권 시리자 안의 좌파연대 소속 의원들은 합의안에 대한 반대를 표명했다.

그리스독립당 소속의 파노스 카메노스 국방장관은 현 상황을 외국 지도자들에 의한 ‘쿠데타’라고 비유했다. 시리자 소속의 파나기오티스 라파자니스 에너지 장관과 디미트리스 스트라툴리스 노동 부장관은 합의안에 대한 반대로 해임됐다. 이들의 반대가 의회에서 합의안 승인을 결정적으로 가로막지는 못하겠지만, 만만치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전체 의석 300석 가운데 시리자는 149석, 그리스독립당은 13석이다. 그리스독립당과 시리자 일부 의원들이 반대하지만 신민주당 등 야당이 구제금융안에 찬성하고 있다. 국민투표 뒤 시리자 정부가 채권단에 제출한 개혁안도 의회에서 의원 251명의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됐다. 하지만, 비타협적인 좌파 의원인 조 콘스탄토풀로 의회 의장이 큰 변수로 떠올랐다. 구제금융안을 놓고 치프라스 총리에 반대하고 있는 그는 합의안의 의회 표결 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치프라스 총리로선 합의안이 통과돼도 현 연립정부를 그대로 유지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합의안에 반대한 카메노스 국방장관은 내각에 남겠다고는 하나, 그리스독립당과의 연정이 존속될지는 의문이다. 치프라스는 합의안 통과 뒤 이번 주말께 내각을 개편하고 새로운 연립정부 구성을 시도할 것이라고 <비비시> 방송은 전망했다.

15일까지 통과시켜야 하는 4대 입법안은 △연금액 삭감 등 연금개혁 △부가가치세 인상 및 간소화 △집단교섭권 축소 등 노동시장 유연화 △정부 지출 삭감안 등이다. 모두 총선 당시 시리자가 반대했던 사안들이다. 합의안 통과 뒤 시민 저항이 거세지면, 치프라스 정부로서는 조기총선도 치러야 할 것이라고 외신들은 예상했다.

■ 유럽에 드리운 그늘

“2차대전 이후 주권국가에 대한 가장 가혹한 구제”(<가디언>), “가장 포괄적 긴축안을 요구한 독일에 항복”, “외부 감시에 주권의 대부분을 양도”(<로이터>), “국가의 주권 포기에 근접한 것”(<뉴욕 타임스>). 서방 언론들은 찬반 여부를 떠나, 이번 구제금융 합의안이 지나치게 가혹해 주권 포기라고 볼 수 있을 정도라는 비판적 입장을 공유했다. 또 이 합의안이 유럽연합 내 균열을 드러냈고, 독일의 위상과 지도력에 심각한 도전이 되고 있다고 평했다.

<뉴욕 타임스>는 “그리스를 유로존에 남기려는 최근 노력은 유럽연합 내에서 남과 북, 선진국과 개도국, 대국과 소국, 채권자와 채무자, 그리고 유로존 국가와 비유로존 국가 사이의 균열을 깊게 했을 뿐이다”고 혹평했다. 신문은 “‘유럽 프로젝트’와 유럽의 ‘연대’를 보전한다는 명목 아래 그리스에게 국가 주권의 양도와 비슷한 것을 요구하는 최후통첩을 했다”고 전했다.

보수적 시장주의 견해를 대표하는 <월스트리트 저널>은 “그리스 위기 협상이 프랑스-독일 관계를 시험에 올렸다”며 “프랑스가 그리스를 옹호하고 독일이 강경노선으로 일관하면서 유럽 주요국의 관계가 도전에 직면했다”고 평했다. 자유주의적 시장주의 쪽인 <파이낸셜 타임스>도 “독일의 가혹한 조건은 그리스 국민들에게 너무 큰 짐이 될 것”이라며 “그리스와 유럽 모두에게 너무 비싼 협상”이라고 비판했다.

시장은 합의안을 일단 환영하면서도, 그 효과에 대해서는 회의적 견해를 보인다. 그리스가 가혹한 합의안을 지킬 수 있을지 확실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씨티그룹은 ‘그렉시트’ 가능성이 여전하다고 평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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