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장관 등 ‘개혁법안 반대’ 경질
국제채권단과 3차 구제금융 재개에 합의한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 18일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부분 개각을 단행했다. 최근 3주간 자본통제로 문을 닫았던 그리스 은행들도 20일부터 영업을 재개한다. 극도의 긴축과 국유자산 매각 등 경제주권 침해에 가까운 합의안을 놓고 어수선한 국가 분위기를 정비하려는 의도다. 그러나 집권당인 급진좌파연합(시리자) 내부에선 분당설까지 흘러나오는 등 치프라스가 맞닥뜨린 현실은 첩첩산중이다.
치프라스 총리는 18일, 구제금융 조건을 뒷받침할 국내법 개정에 반대했던 파나요티스 라파자니스 에너지장관과 재무·국방 차관 등 고위급 관리 5명을 교체하고 신임 각료 취임선서식을 했다고 <로이터> 등 외신들이 전했다. 새 에너지장관으로는 파노스 스쿠를레티스 노동부 장관이 자리를 옮겼다.
뱅크런과 자본 유출을 막으려 최근 3주 동안 휴업했던 그리스 은행들도 20일부터 다시 문을 연다. 치프리스 정부는 현금 인출 한도를 ‘하루 60유로’에서 ‘일주일에 420유로’로 완화했지만 국외 송금은 앞으로도 한동안 통제된다. 그리스는 지난 3주간의 자본통제만으로 약 30억유로 규모의 경제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산됐다.
치프라스 총리는 지난 16일에 이어 오는 22일에도 구제금융 조건을 이행할 개혁법안들에 대한 의회 표결을 앞두고 있다. 시리자내 ‘좌파연대’ 소속 의원들은 3차 구제금융에 극히 회의적이어서 또한번의 격론이 예상된다. 좌파연대를 이끄는 라파자니스 전 에너지장관은 18일 그리스 주간 <아고라>에 “치프라스 총리가 3차 구제금융 조건을 이행하지 않아서 사실상 무효를 만들도록 계속 설득할 것”이라며 “만일 시리자가 (채권단의 요구를) 이행한다면 당의 형태가 바뀌는 위험을 겪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악의 경우 분당 가능성까지 경고한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지난 16일 니코스 부치스 내무장관은 “상황에 따라 오는 9월 또는 10월에 조기총선을 치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해, 그리스의 앞날을 놓고 시리자 연정 내부의 의견 충돌이 심상치 않음을 내비쳤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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