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경제자문기구 보고서 발표
“‘채무탕감 불가’ 조항 신뢰 확보 차원
회원국이 유로 위협하게 둬선 안돼”
“‘채무탕감 불가’ 조항 신뢰 확보 차원
회원국이 유로 위협하게 둬선 안돼”
독일 정부의 경제정책 자문기구가 ‘빚을 감당하지 못하는 채무국은 유로존을 탈퇴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최후의 수단”이라는 조건을 달았지만, 독일 정부가 유로존 국가들의 금융위기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가운데 나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독일 정부에 경제정책을 자문하는 독립기구인 독일경제전문가위원회는 28일 유로존 강화를 위한 특별보고서를 발표했다. 위원회는 보고서에서 “영구적으로 비협조적인 (유로존) 회원국이 유로의 존재를 위협하게 놔둬서는 안된다”며 “최후의 수단으로 회원국이 유로존 탈퇴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그리스 구제금융 협상과정에서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이 금기시되던 유로존 회원국 탈퇴 문제의 ‘봉인’을 풀었는데, 이 보고서도 최근 독일의 분위기를 드러낸 또하나의 증거라고 전했다.
크리스토프 슈미트 위원장은 보고서에서 “목표는 일관된 재정규칙을 적용해 국가 부채를 줄이고, 국가 파산 절차를 도입해 ‘채무탕감 불가’ 조항의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유로존의 결집을 보장하기 위해, 우리는 채권자 국가의 유권자들이 영구적으로 채무국들을 지원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위원들은 이 제도가 위기 예방에 중요한 구실을 할 것으로 내다보면서, 국가부도 때 채권자들에게 손실을 부담지우면 투자 결정에 신중을 기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고 짚었다.
하지만 위원들은 최근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주장하고 있는 유로존 통합 재무부나 유럽연합 차원의 실업보험 구상 등은 원칙적으로 반대한다고 밝혔다. 회원국들이 재정과 경제 정책에 대한 권한을 전혀 내놓지 않는 상황에서는 오히려 유로존의 불안정성을 부추길 것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독일경제연구소(DIW)의 마르셀 프라처 소장은 유로 탈퇴를 허용하자는 위원회의 제안이 “위험하며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개별 국가들의 (유로존) 탈퇴 가능성에 투기 세력이 달려들면 얼마나 막대한 손실을 입히는지 2012년 여름 이탈리아와 스페인에 대한 투기 세력의 공격 때 드러났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독일경제전문가위원회는 1963년 독일의 거시경제 현황을 평가하고 전망을 제시하기 위해 법으로 규정한 독립적 학술조직으로, 독일 내 경제 전문가 5명을 위원으로 한다. 연방정부의 추천으로 5년마다 대통령이 지명하는 이들은 “현자”라고 불리기도 한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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