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세계 면공업의 중심이었던 영국 맨체스터에 다시 직물산업이 활기를 띠는 가운데 한 여성 노동자가 방직공장에서 실을 점검하고 있다. 더 텍스타일 티숍스 누리집 갈무리
해외 생산비 상승·영국산 인기에
직물산업 활기…35년만에 성장세
직물산업 활기…35년만에 성장세
산업혁명의 요람이자 19세기 전세계 면공업의 중심이었던 영국 맨체스터에 직물산업이 돌아오고 있다. 맨체스터는 ‘코트노폴리스’(Cottonopolis)의 옛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까?
<파이낸셜 타임스>는 최근 맨체스터 직물산업이 35년 만에 성장세로 돌아섰다고 전했다. 해외생산비용이 상승하고 신속한 납품에 대한 요구가 커진 게 한몫했다. 직물산업이 중국을 거쳐 제3세계로 넘어가고 있는 요즘 ‘메이드 인 브리튼’ 표시에 대한 선호도 맨체스터 공장들이 ‘잘나가는’ 이유 중 하나다.
70년간 각종 브랜드에 제품을 납품해온 직물업체 도슨로저스의 매출은 올해 50%나 뛰었다. 기록적인 매출을 달성하는 요즘 20명에 불과했던 도슨로저스 직원은 60명으로 늘었지만, 아직도 일손이 부족하다. 폴리 로저스 이사는 “10명의 직공을 구할 수만 있다면 당장 내일이라도 그들에게 일감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재정담당 매니저 제이미 파워는 매출 급증 이유를 “맨체스터에서 생산을 하는 게 다시 경쟁력을 갖게 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맨체스터의 제품 생산 비용이 “동아시아와 같다”고 덧붙였다. 도슨로저스의 수출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5%에 불과하다. 하지만 올해 처음으로 홍콩 판로를 뚫는 등 수출이 점점 늘고 있다.
지역 일간 <맨체스터 이브닝뉴스>는 맨체스터 직물산업이 현재 약 1만1300여명을 고용해 6억5000만파운드를 지역경제에 기여하고 있다고 전했는데, 최근의 추세대로라면 이 수치는 곧 뛸 것으로 보인다. 정부 지원으로 영국 직물산업의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시작된 ‘얼라이언스 프로젝트’는 2020년까지 1만5000여개의 일자리를 더 만들어낼 수 있다고 보고했다. 특히 올여름 맨체스터에서는 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일종의 직물 취업박람회인 ‘직물 티숍’이 열려 업계를 떠난 기술자들을 불러모으고 있다. 차를 마시며 미싱 기술도 뽐낼 수 있는 이 행사를 통해 340여명이 취직했다.
방적기의 발명으로 맨체스터 직물산업은 산업혁명의 중요한 축을 이뤘다. 그러나 1970년대 개발도상국 노동자들이 글로벌 분업체계로 편입되자 영국 정부는 값싼 외국산 직물 수입을 장려했고, 맨체스터 직물산업은 급격히 사양길을 걸었다.
오늘날 맨체스터 직물산업은 대규모 방적공장들이 핵심이었던 과거와는 조금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 얼라이언스 프로젝트 보고서는 최근 직물산업 성장은 ‘주문자상표부착 생산(OEM) 업체나 주요 회사들보다는 소규모 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영국 고급의류 브랜드 화이트브이시의 제임스 이든 이사도 맨체스터 직물산업이 “최신 유행에 빠르게 반응할 수 있다는 기대를 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것이 맨체스터에서 제2의 산업혁명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자랑했다.
맨체스터 직물산업의 부활은 중국의 방적공장들이 미국으로 진출하고 있다는 <뉴욕 타임스>의 최근 보도와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보인다. 당시 보스턴컨설팅그룹은 생산성을 반영해 계산한 중국 제조업 임금은 2004년 시간당 4.35달러에서 지난해 12.47달러로 10년새 거의 3배 올랐다고 분석한 바 있다. 영국통계청(ONS)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영국 직물산업 종사자들의 평균 주급은 371파운드(약 68만원) 정도로 영국 제조업 종사자의 평균 주급 564파운드보다 낮다. 상대적으로 싼 임금에 대외적 여건이 받쳐줘 맨체스터에 활기를 더하고 있는 셈이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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