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부다페스트를 출발해 시리아 난민 수백명을 태우고 31일 독일 뮌헨으로 향하던 열차 안의 난민 어린이들이 고단한 잠을 자고 있다. 이 열차는 이날 오스트리아 쪽 접경 지역인 헤제슈헐롬에서 불법 이주자 검문을 위해 오스트리아 당국에 의해 정차됐다. 헤제슈헐롬/AFP 연합뉴스
유럽연합이 봇물 터지듯 밀려드는 난민들의 수용을 놓고 공황 상태에 빠졌다. 헝가리가 자국에 머물던 난민들이 오스트리아로 넘어가는 것을 사실상 묵인했고, 오스트리아는 이들을 더블린 조약에 근거해 헝가리로 돌려보내겠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오스트리아로 들어온 난민들의 상당수는 독일로 스며든다. 대다수는 내전 중인 시리아에서 탈출한 전쟁 난민들이다. 유럽 각국이 난민 수용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면서, 유럽연합 역내에서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한 솅겐 조약과 난민 신청자 처리 원칙을 규정한 더블린 조약이 충돌하는 모습이다.
31일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에서 난민 수백명을 태운 열차가 오스트리아 빈을 거쳐 독일에 도착했다고 <로이터> 등 외신들이 전했다. 대부분 공식 여행·입국 서류가 없는 ‘미등록 이주자’들이다. 이들이 헝가리에서 독일까지 갈 수 있었던 것은 며칠째 부다페스트 역사 주변에 모여있던 난민들이 헝가리 당국의 대응이 허술한 틈을 타 열차 출발시각 직전에 기습적으로 열차에 올라탔기 때문이다. 헝가리 경찰은 8월 중순부터 이주 난민들의 경우 승차권이 있더라도 국제선 열차 탑승을 제지해왔으나, 이날은 어디에서도 경찰을 찾아볼 수 없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은 전했다.
헝가리는 최근 시리아에서 터키와 그리스, 마케도니아를 거쳐 서유럽으로 가려는 난민들이 하루 평균 2000명씩 몰려들면서 이주 난민들의 병목 현상을 빚고 있다. 헝가리 정부는 유럽연합의 규정(더블린 조약)이 이주자들의 무비자 여행을 막는다고 불만을 표시해왔다. 1995년 발효돼 현재 유럽 26개국이 가입한 솅겐 조약은 안보 비상 등 예외적인 상황이 아닐 경우 자유로운 국경 통과를 보장하고 있다.
8월 한달에만 10만7500명 유입
유럽 각국 난민수용 ‘속수무책’
솅겐 조약· 더블린 조약 무력화
메르켈, 각국에 난민 문제 해결 압박
EU, 14일 내무장관 회의서 논의
오스트리아 당국은 헝가리에서 들어오는 열차들을 모두 검문해 헝가리에 처음 난민 신청을 한 입국자들은 헝가리로 돌려 보내겠다고 경고해 왔지만, 이날 그런 일은 실행되지 않았다. 오스트리아 경찰은 31일 하루에만 빈에 열차 편으로 1000여명의 난민들이 입국했다고 밝혔다. 이들 대다수는 빈에서 곧장 독일행 열차로 갈아탔다.
시리아에서 영어 교사를 하던 칼릴(33)은 아내와 어린 딸을 데리고 독일 땅에 발을 디딘 뒤 “천만다행으로 아무도 여권 제시를 요구하지 않았다. 경찰이 없으면 문제도 없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오스트리아 내무부 당국자는 31일 영국 <비비시>(BBC) 방송에, 유럽 각국이 이주자 수용을 공정하게 분담하는 협약이 맺어지면 (난민들을 막기 위한) 국경 검문도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24일 독일 정부는 모든 시리아 난민들은 어느 나라를 거쳐 유럽에 들어왔는지에 상관없이 자국에 받아 들이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더블린 조약의 토대를 흔들면서까지 다른 유럽 국가들의 전향적인 난민 정책을 압박한 것이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31일에도 “유럽이 난민 문제 해결에 실패한다면 그건 우리가 바라는 유럽의 모습이 아닐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럽연합은 지난 8월 한달 동안만 10만7500명의 난민이 유럽으로 들어온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오는 14일 내무장관회의를 열어 이주 난민 문제의 공동 대응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유럽 각국 난민수용 ‘속수무책’
솅겐 조약· 더블린 조약 무력화
메르켈, 각국에 난민 문제 해결 압박
EU, 14일 내무장관 회의서 논의
오스트리아 당국은 헝가리에서 들어오는 열차들을 모두 검문해 헝가리에 처음 난민 신청을 한 입국자들은 헝가리로 돌려 보내겠다고 경고해 왔지만, 이날 그런 일은 실행되지 않았다. 오스트리아 경찰은 31일 하루에만 빈에 열차 편으로 1000여명의 난민들이 입국했다고 밝혔다. 이들 대다수는 빈에서 곧장 독일행 열차로 갈아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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