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를 거쳐 독일 입국에 성공한 난민 가족들이 31일(현지시간) 뮌헨 중앙역 도착, 기차에서 내리고 있다. 아빠들의 손을 잡은 어린이들의 눈이 반짝인다. 독일은 올해 최소 80만명의 난민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면서 다른 유럽연합(EU) 회원국들에게 인구, 경제력, 기존 난민 수용 숫자, 실업률에 맞춰 난민을 나누자는 난민쿼터제를 제안했으나 스페인과 동유럽 회원국들의 반대로 무위로 돌아갔다. 도르트문트 AP=연합뉴스
“고마워요, 독일!” “우린 독일을 사랑합니다.”
1일 독일 뮌헨역 광장에선 수백명이 독일에 고마움을 표시하는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일부에선 벅찬 감정에 겨운 울음도 터져나왔다. 헝가리에서 오스트리아를 거쳐 이제 막 도착한 시리아 난민들이, “난민을 환영합니다”라고 쓰인 펼침막을 들고 광장에서 자신들을 맞은 독일 시민들에 대한 감동의 화답이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은 전했다.
서유럽이 몰려오는 난민들로 몸살을 앓고 있지만, 독일을 비롯한 유럽 여러 나라의 시민사회에선 낯선 이방인을 따뜻이 맞아주는 손길도 잇따르고 있다. 1일 뮌헨역 광장엔 의료 서비스, 간이 화장실, 이주자 등록센터가 마련됐고, 먹을 것과 생수를 비롯한 기부물품이 넘치도록 쌓였다. 잠시 생업을 접고 나온 자원봉사자들도 있었다. 남편과 세 아이와 함께 시리아를 탈출한 한 여성은 “뮌헨에 오게 돼 행복하다. 하지만 지금은 정말로 피곤하다”며 비로소 긴장을 풀었다.
독일 베를린에 본부를 둔 시민단체 ‘난민 환영’은 시리아, 소말리아,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전쟁을 피해 떠나온 이주자들에게 자기 집에서 임시로 숙박을 제공하는 캠페인을 펼치고 있으며, 1일 현재 780명이 넘는 시민들이 참여하고 있다고 영국 <가디언>이 보도했다. 이 단체의 대변인은 지난 1월 오스트리아에서 시작된 이런 운동이 호응을 얻으면서 지금은 독일뿐 아니라 그리스, 포르투갈, 영국 등 다른 나라들에서도 이와 비슷한 난민 지원 프로그램이 확산되고 있다고 밝혔다.
인구 33만명에 불과한 아이슬란드에서도 한 유명 작가의 제안으로 1만명의 시민들이 페이스북에 시리아 난민들을 자기 집에 받아들이겠다고 나섰다고 <아에프페> 통신이 전했다. 한 여성은 “나는 6살 아들을 둔 싱글맘이자 교사입니다. 도움이 필요한 아이를 받아들일 수 있어요. 아이슬란드어 읽기, 쓰기, 말하기를 가르치겠습니다. 침대와 옷, 장난감까지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다 있어요”라는 포스팅을 올렸다.
스페인에선 좌파 정당이 시장을 맡고 있는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2개 도시가 난민 문제에 소극적인 중앙정부를 비판하며, 유럽에 도착한 난민들을 지원하는 ‘도시 네트워크’를 구성하기로 1일 합의했다. 바르셀로나 시 당국은 난민 등록과 시민들의 숙박 제공 방안 등을 지역 시민단체들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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