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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온세계를 울린 ‘3살 꼬마의 비극’

등록 2015-09-03 20:13수정 2015-09-03 22:28

가족과 함께 유럽 향하다 배 전복
엄마·5살 형도 싸늘한 주검으로
내전 고통 시리아 난민으로 밝혀져

SNS사진 퍼지며 전세계 애도 물결
유럽언론들, 소극적 난민정책 질타
수용 분담 촉구 시민청원 캠페인도
터키의 해안경비대 대원이 2일 오전 터키 남부 보드룸 휴양지 인근의 해안에 떠밀려온 세살배기 시리아 난민 어린이의 주검을 옮기고 있다. 이날 터키 연안에선 유럽으로 가려던 난민들이 탄 고무보트 2대가 뒤집혀 모두 12명이 목숨을 잃었다. 보드룸/AP 연합뉴스
터키의 해안경비대 대원이 2일 오전 터키 남부 보드룸 휴양지 인근의 해안에 떠밀려온 세살배기 시리아 난민 어린이의 주검을 옮기고 있다. 이날 터키 연안에선 유럽으로 가려던 난민들이 탄 고무보트 2대가 뒤집혀 모두 12명이 목숨을 잃었다. 보드룸/AP 연합뉴스
싸늘하게 식은 몸으로 파도에 떠밀려온 세살배기 어린이의 사진 한 장이 온 세계를 울리고 있다.

2일 오전(현지시각) 터키의 휴양지 보드룸의 해변에서 인형처럼 작은 남자 어린이가 해변 모래에 얼굴을 묻은 채 숨진 상태로 발견됐다. 무심한 파도가 감청색 반바지에 빨간 티셔츠를 입은 아이의 창백한 얼굴과 작은 몸뚱이를 끊임없이 적셨다.

아일란 쿠르디라는 이름의 아이는 이날 가족과 함께 터키 해안을 떠나 유럽으로 가려다 뒤집힌 배에 탔던 시리아 난민으로 밝혀졌다고 터키 일간 <휘리예트> 등 외신들이 전했다. 다섯살짜리 형 리틀 갈리프, 그리고 엄마도 함께 변을 당했다. 쿠르디 가족은 시리아 북부 코바니 출신이다. 쿠르드족 거주지역인 코바니는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단체인 이슬람국가(IS)와 쿠르드족 민병대 간의 처절한 전투가 이어진 곳이다. 쿠르디 가족도 올해 초 코바니를 탈출해 터키로 넘어갔다. 이후 캐나다 밴쿠버로 이민간 아일란의 고모 티마 쿠르디를 후견인으로 세워 캐나다 이민 신청을 냈다. 그러나 지난 6월 거부당하자 터키에서 그리스를 통해 유럽으로 가려고 했다.

터키 해안경비대는 쿠르디의 가족을 비롯해 모두 23명의 시리아 난민들이 작은 고무보트 2척에 나눠 타고 바다로 나갔다가 보드룸 반도의 아크야를라르 앞바다에서 배가 뒤집히면서 여성과 어린이 등 12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7명은 구조됐고, 2명은 구명조끼를 입어 해안에 닿았으며, 다른 2명은 실종됐다.

터키 <도안 통신>이 보도한 3살 꼬마 쿠르디의 처연한 주검 사진은 4년째 계속되는 내전을 피해 유럽으로 탈출하려는 시리아 난민들의 절박함을 극적으로 드러내 보이고 있다. 이 사진은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서 ‘#인도주의가 파도에 휩쓸려오다’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급속히 공유되면서 보는 이의 가슴을 먹먹하게 하고 있다.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 각국의 언론들도 이 어린이의 비극을 ‘유럽의 익사’, ‘인재의 희생자’ 등으로 표현하며 긴급뉴스로 전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3일치에 이례적으로 1면 사설을 싣고, 자국 정부에 ‘난민 수용 분담’을 촉구하는 시민청원 캠페인을 시작했다. 신문은 “해변에 휩쓸려온 시리아 어린이 주검의 엄청나게 충격적인 사진에도 난민들에 대한 유럽의 태도가 바뀌지 않는다면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라며 유럽의 소극적인 난민 정책을 질타했다.

국제어린이구호단체 세이브더칠드런 영국 지부의 저스틴 포사이스 대표는 일간 <가디언>에 “이 아이의 참혹한 죽음이 세계인의 마음을 모으고 유럽연합(EU)이 난민위기 해결 방안에 합의하도록 압박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올해 들어서만 지중해를 건너 유럽에 들어온 난민이 35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2500여명이 조난사고 등으로 차가운 바다에서 숨져갔다. 출신국으로는 시리아 난민이 69%로 가장 많으며, 그 대다수는 접경국인 터키를 거쳐 그리스로 향한다. 현재 터키에는 190만명이 넘는 시리아 난민이 머물고 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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