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현지시간) 독일 사알펠트역에 도착한 한 시리아 난민 어린이가 ‘독일, 사랑해요!‘라고 쓰인 판지를 들어보이고 있다. 이날 하루 헝가리를 출발한 난민 6천 명가량이 오스트리아를 거쳐 독일에 도착했으며 밤새 1천800명이 더 도착할 예정이다. (사알펠트 AP=연합뉴스. 2015-09-06)
난민 8천명, 오스트리아 거쳐 5일 독일 도착
자원봉사자들, 음식·장난감 등 나눠주며 환대
자원봉사자들, 음식·장난감 등 나눠주며 환대
“난민 여러분, 독일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5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역에 내린 난민들을 처음 맞은 것은 영어와 아랍어, 독일어로 적힌 환영 메시지와 독일 사람들의 박수갈채였다.
오랜 여정에 지친 난민들은 처음엔 오랜만에 받는 환대가 낯선 듯 얼떨떨한 표정이었으나 자원봉사자들이 나눠주는 따뜻한 음료와 음식, 아이들을 위한 인형 등을 받으며 마침내 ‘꿈의 땅’ 독일에 도착했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일부 난민들은 서툰 영어로 “고맙습니다. 독일”, “사랑해요. 독일” 등의 메시지를 적은 판지를 들고 독일인들의 열렬한 환대에 화답했으며, 일부 난민은 벅찬 기쁨에 눈물을 터뜨렸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사진을 품에 꼭 안고 나온 난민도 있었다.
이날 하루에만 1만명에 가까운 난민이 헝가리에서 오스트리아로 넘어왔고, 오스트리아에 남은 일부를 제외하고 8천여명이 독일 땅을 밟았다고 NBC 방송은 밝혔다.
이들 상당수는 내전이 심화하는 시리아 등 중동지역에서 온 난민들이다.
이들은 서유럽행 열차를 타기 위해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켈레티 기차역에서 며칠을 노숙하다 헝가리 정부가 제공한 버스를 타고 극적으로 오스트리아 국경을 넘었다.
오스트리아 니켈스도르프까지 버스로 넘어온 후 일부는 오스트리아에 남고 대다수는 기차를 타고 독일까지 더 이동해 고단한 여정을 마무리했다.
부다페스트 켈레티역의 차가운 바닥에서 노숙하기 이전에도 이들은 힘든 과정을 겪었다.
터키의 난민 수용소 등에 머물며 유럽 이동 기회를 모색하던 이들은 브로커들에게 돈을 주고 에게해를 건너 그리스 섬에 도착한 뒤 본토 이동을 기다리는 동안 텐트에서 물도 없이 열악한 생활을 해야 했다.
경찰의 봉쇄를 뚫고 그리스에서 마케도니아로, 다시 세르비아와 헝가리로 국경을 넘는 일도 쉽지 않았다.
출발한 지 25일 만에 이날 독일에 도착한 시리아의 호맘 셰하드(37)는 AP통신에 “독일에 도착해 기쁘다. 이곳에서 더 나은 삶을 찾기를 바란다. 어서 일도 하고 싶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부모와 아내, 7살·2살 아이들을 시리아에 두고 온 그는 “가족들 모두 독일로 데려오고 싶다”며 “그때까지 독일이 우리 가족들을 폭탄과 전투기로부터 지켜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독일 정부는 지난해보다 4배 많은 80만 명의 난민이 유입될 것으로 보고 난민 지원을 위한 추경예산을 편성하는 등 난민 수용을 위한 대책을 구체화할 예정이다.
독일 일간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은 이에 따른 비용도 작년의 4배가량인 100억 유로(약 13조3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난민 1인당 1만2천∼1만3천 유로가 드는 셈이다.
독일 바이에른주 관계자는 AP통신에 “난민들을 받아들이는 일은 어려운 도전이 되겠지만, 정부와 시민들이 모두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독일에 도착한 수천 명의 난민은 운 좋게 안식처를 찾았으나 2차 세계대전이후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은 유럽 난민 사태의 근본적인 해결은 요원하다.
메르켈 총리와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더블린조약을 위배해 난민을 독일과 오스트리아에 올 수 있게 한 이번 결정이 상황의 긴급함을 감안한 예외적인 조치라고 강조했다.
더블린조약에 따르면 유럽에 들어온 난민은 처음 발을 디딘 국가에서 망명신청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모든 난민이 자신이 원하는 대로 독일이나 북유럽에 정착할 수는 없게 되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이날 룩셈부르크에서 열린 유럽연합(EU) 외무장관 비공식 회의에서각국 외무장관들은 난민 사태를 다룰 실질적인 방안을 찾는 데 실패했다고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가 보도해 앞으로의 전망을 더욱 어둡게 했다.
한 소식통은 “모두가 ‘무엇인가는 해야 한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문제는 정확히무엇을 해야 하냐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탈리아, 그리스, 헝가리 등에 몰려 있는 난민 16만명을 EU 각국으로 분산하자는 할당제가 논의됐지만 동유럽 국가들의 반대가 완강하다.
미로슬라프 라이착 슬로바키아 외무장관은 “제비뽑기라도 해서 이기는 사람은 독일로 보내고 진 사람은 에스토니아나 슬로바키아로 보낼 것이냐”며 할당제가 현실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EU가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자 영국의 유명 록그룹 유투(U2)는 콘서트에서 난민 문제를 언급하며 조속한 해결과 인도주의적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투의 보컬 보노는 4일 이탈리아에서 콘서트 도중에 “나는 유럽과 아프리카의 난민사태 해결 방법은 모르지만 우리가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점은 안다”며 이같이 촉구했다.
언제 다시 유럽의 문이 닫힐지 모른다는 걱정에 난민들은 위험천만한 여정을 서두르고 있다.
이날 헝가리 정부가 제공한 100여 대의 버스에 타지 못한 1천 명가량의 난민은 걸어서 175㎞ 떨어진 오스트리아 국경까지 가겠다며 다시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리비아 연안 지중해에서는 아일랜드 해군이 난민선을 3척을 발견해 총 329명을 구조하기도 했다.
세르비아와 맞닿은 헝가리 남쪽 국경에도 4일 하루에만 2천 명 이상의 난민이 헝가리 진입을 시도하다 붙잡혔다.
또 터키에서는 그리스로 넘어오려던 시리아의 2개월 영아 한 명이 이날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사고가 벌어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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