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5년 뉴질랜드 오클랜드항에 정박해있던 그린피스의 레인보우 워리어호가 프랑스 정보기관이 설치한 폭탄이 터져 침몰한 모습. 오클랜드/AFP 연합뉴스
‘핵실험’ 산호초로 출항 위해 배 정박
기관원이 폭탄설치…사진기자 사망
기관원이 폭탄설치…사진기자 사망
1985년 프랑스 핵실험에 항의하는 시위에 나섰던 환경보호단체 그린피스의 배를 침몰시켜 사진기자를 숨지게 한 프랑스 정보기관원이 30년 만에 사과했다.
당시 그린피스 선박 ‘레인보우 워리어’에 폭탄을 설치했던 장 뤽 키스테르 대령은 6일 프랑스 매체 <메디아파르>, 뉴질랜드의 <티브이뉴질랜드>와의 인터뷰에서 “지금이야말로 사죄를 할 기회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키스테르 대령은 1985년 당시 프랑스 정보기관 대외안보총국(DGSE) 소속 잠수팀을 이끈 잠수부로 뉴질랜드 오클랜드에 정박중이었던 레인보우 워리어호에 폭탄을 설치한 인물이다. 당시 레인보우 워리어호는 프랑스가 태평양 타히티 섬 근처에 있는 무루로아 산호초에서 핵실험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이에 반대하기 위해 오클랜드에서 무루로아 산호초로 가려고 준비중이었다. 프랑스 정부는 레인보우 워리어호의 계획을 그린피스에 잠입시켜 놓은 기관원을 통해 입수하고, 레인보우 워리어호를 침몰시키는 작전을 실행했다.
키스테르 대령이 이끄는 잠수팀은 잠수를 해서 레인보우 워리어호에 폭탄 2개를 설치했다. 폭탄 1개가 터진 뒤 레인보우 워리어호에 타고 있던 이들 대부분은 배를 빠져나가 무사했다. 하지만, 사진기자였던 페르난도 페레이라가 사진 장비를 가지러 배에 돌아갔을때, 나머지 폭탄 1개가 터졌다. 배는 완전히 가라앉았고 페레이라도 숨졌다.
키스테르 대령은 “배를 침몰시키려 했지만 누구도 해치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며 “하지만 페레이라의 가족, 특히 그의 딸에게 사죄한다”고 말했다. 그는 “레인보우 워리어호에 탑승했던 이들과 뉴질랜드 국민들에게도 사죄한다”고 말했다.
국가가 직접 환경단체의 배를 침몰시킨 유례없는 이 작전은 당시 프랑스 사회당의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 정부가 벌인 일이었다. 프랑스 정부는 사건 뒤 자신들과는 관련이 없다며 오히려 배를 침몰시킨 이들이 테러리스트라며 비난했다. 하지만 뉴질랜드 경찰이 관광객으로 가장했던 프랑스 기관원 2명을 체포하면서 사건의 실체가 드러났다. 이 기관원들은 살인죄로 기소돼 10년형을 선고 받았지만, 프랑스가 뉴질랜드 농산품의 유럽 시장 접근을 막아버리겠다고 뉴질랜드 정부를 위협한 끝에 몇달도 되지 않아 풀려났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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