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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당 노선 500차례 반대 ‘만년 아웃사이더’…영국 노동당 거머쥐다

등록 2015-09-13 19:56수정 2015-09-14 13:57

12일 영국 런던에서 노동당 새 대표로 선출된 제러미 코빈이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런던/AP연합뉴스
12일 영국 런던에서 노동당 새 대표로 선출된 제러미 코빈이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런던/AP연합뉴스
‘엔지니어 아들’ 제러미 코빈 당선
60% 득표…유력 후보 번햄 19%
1983년 하원 입성 7선 만년 반주류
긴축 반대·철도 등 재국유화 주장
2013년 ‘반긴축 민중회의’ 조직
풀뿌리 운동으로 대표 선거 승리
당직자 사퇴 등 당내 반발도
영국 야당 노동당이 강경 좌파 의원 제레미 코빈(66)을 당 대표로 선출함으로써, 영국 정가에 격랑이 일고 있다.

12일 발표된 당 대표 선거에서 코빈 의원은 59.5%를 득표해 상대 후보를 압도하며 당 대표에 선출됐다. 당내의 만년 아웃사이더였던 코빈은 긴축반대, 철도 등의 재공영화 등을 주장하며, 이번 선거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그의 등장은 토니 블레어 전 총리 이후 중도노선으로 돌아섰던 노동당과 사회복지 축소 등을 밀어붙이는 현 보수당 정권에게큰 도전이 되고 있다.

■ 자가용도 없는 만년 아웃사이더=잉글랜드 중부 윌트셔에서 엔지니어 아버지와 수학 교사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코빈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자메이카에서 봉사활동을 한 뒤 런던에 돌아와 노동당과 인연을 맺기 시작했다. 그는 전국공무원노조와 직물노동자노조에서 상근직, 런던 지방의원으로 일한 뒤 1983년 하원에 입성했다. 그 후 8선을 하며 32년간 동안 노동당 내의 대표적 반주류, 강경 좌파 의원으로 자리매김했다. 1908년대 마거릿 대처 보수당 정권 이후 중도 혹은 우경화되는 노동당의 주류 노선에 맞서, 원내 투표에서 500차례나 당 노선에 반하는 투표를 했다. 그의 검소함은 영국 의회에서도 유명하다.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는 그는 자동차를 소유한 적이 없다.

■ 좌파의 부상과 코빈의 돌풍=3개월 전만 해도 코빈의 당 대표 선출, 심지어 당 대표 출마조차도 예상하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지난 5월 총선에서 노동당이 예상 밖의 참패를 당하며, 보수당에 단독 과반을 허용한 당내 안팍 상황은 좌파의 부상과 그의 돌풍을 예비했다.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며, 노동당 밖의 진보적 풀뿌리 운동이 활성화되고, 에드 밀리밴드 전 대표 하의 노동당도 이를 흡수하려는 당 개혁을 단행했다.

노조, 공산당, 코빈 의원 등이 후원해 2013년 출범한 반긴축민중회의는 영국 전역에서의 행진과 집회에서 많은 군중을 모았다. 코빈은 이런 풀뿌리 운동과 집회 등을 통해서 당 안팍 진보 세력들의 관심을 자신에게 집중시켰다. 이번 선거에 참가한 투표자 70%는 2010년 이후 노동당에 가입한 사람들이다. 노동당은 이런 신흥 풀뿌리 진보운동 역량을 흡수하려고 2014년 당 대표 선거 개혁을 단행했다. 노조의 영향력을 축소하려는 의도도 있었다. 3파운드를 내면 당 대표에 참가할 수 있는 권리를 줬다. 보수당원들의 역선택 우려도 팽배했으나, 약 20만명이 이번 당 대표 선거에 이런 방식으로 참가했다. 코빈은 이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자신들의 지지자들을 이번 당 대회에 참가시켰다.

하지만, 코빈은 당 대표 선거 참가가 거의 불가능했다. 당 대표 선거 등록에 필요한 최소 35명의 의원 지지를 만년 아웃사이더인 그는 확보할 수 없었다. 후보 마감 직전, 선거에서 ‘토론의 폭을 넓힐’ 필요성을 느낀 의원 20명이 그를 지지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후보 등록 의원이 되줬다. 당 대표 경선이 시작된 몇주만에 이들 의원들은 경악했다 코빈이 반긴축, 영국 핵무기 철폐 등 반전 메시지로 압도적으로 선두에 나섰기 때문이다. 투표 결과, 애초 유력한 후보였던 앤디 번햄은 19%, 이베트 쿠퍼는 17%, 토니 블레어의 후계자로 자임하는 리즈 켄달은 4%에 머물렀다.

■ 당 혁신이냐 분열이냐=그를 지지한 의원은 232명 중 15명에 불과한 사실은 당 주류 기성세력과 그를 지지한 풀뿌리 세력과의 간극을 보여준다. 당선 연설에서 코빈은 “우리는 불공평해서는 안된다, 사회는 공정할 수 있고, 모든 것은 변할 수 있고, 변할 것이다”고 노동당의 ‘반격’을 제창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당의 단결에 나서겠다고 다짐했다.

그의 당선 직후, 노동당 예비내각의 의원들과 당직자들이 즉각 사퇴하는 등 노동당은 거센 풍랑에 들어갔다. ‘전후 노동당 역사상 가장 멍청한 선택’이라는 경악이 터져나오고, 토니 블레어 노선을 추종하는 당 현대화론자들은 “우리는 이런 영화를 전에도 봤고, 어떻게 끝날지 알고 있다”는 반응을 보인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전했다. 1980년대 대처 정권의 집권 이후 좌파 노선을 견지하다가 몰락한 당의 역사를 상기시킨 것이다. 하지만, 그가 압도적으로 당 대표에 당선된 이상, 그의 주위로 당 전열을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밀리밴드 전 대표는 코빈 지도부를 돕겠다고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한 당 중진들도 그의 압도적 당선을 감안하면, 중기적으로 그의 지도력이 정착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수당 내에서도 우려와 경계의 목소리가 교차한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코빈의 당선이 노동당의 자기파괴적인 담론의 재탕이라고 믿고 있어서, 보수당 소속 의원들에게 그의 당선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보도했다. 하지만, 보수당 차기 대표로 유력한 조지 오즈본 의원은 코빈의 노동당에 맞서, 보수당을 진정한 “일하는 사람들의 당”으로 중도노선에 정착시켜야 한다고 다짐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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