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덴마크 등 지지 시위 이어져
폴란드·슬로바키아선 반대 행렬
폴란드·슬로바키아선 반대 행렬
유럽 주요 도시에서 수만명이 참가한 대규모 난민 환영 시위가 벌어졌다. 그러나 동유럽에서는 난민 반대 시위 또한 열려 난민 문제를 둘러싼 유럽 내부 갈등의 깊은 골을 드러냈다.
12일 영국 런던에서는 수만명이 “국경을 열라”고 쓴 손팻말을 들고 시리아 등에서 유럽으로 오는 난민을 지지하는 시위를 벌였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전했다. 통신은 이날 덴마크 코펜하겐에서도 3만명이 참가한 난민 지지 시위가 열렸고, 독일 베를린에서는 “난민 환영”이라고 쓴 시리아 국기를 흔드는 이들이 목격됐다고 전했다. 스웨덴 스톡홀름, 핀란드 헬싱키, 포르투갈 리스본에서도 각각 1000명가량이 모여 난민 지지 시위를 벌였다.
내전이 계속되고 있는 시리아 출신을 모두 난민으로 받아들이겠다고 한 독일에는 12일에만 최소 1만3000명 이상의 난민이 추가로 도착했다.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외무장관은 지난주에만 난민 4만명이 독일로 들어왔다고 밝혔다. 독일로 들어간 난민은 올해에만 45만명에 이르고, 올해 말까지는 모두 80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같은 날 동유럽 주요 도시에서는 난민에 반대하는 시위도 열렸다. 12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는 약 5000명이 모여서 “이슬람은 유럽의 죽음” 같은 손팻말을 들고서 난민 수용 반대 시위를 벌였다. 슬로바키아 수도 브라티슬라바에서도 1500명이 모여 “(난민은) 돌아가라”고 쓴 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였고, 체코 프라하에서도 800명이 “국경을 지키자”는 구호를 외치며 난민 반대 시위를 벌였다고 <아에프페> 통신은 전했다.
동유럽 정부들은 난민 12만명을 유럽연합 회원국들이 일정 비율로 나눠서 의무적으로 받아들이자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제안에도 싸늘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헝가리의 빅토르 오르반 총리는 11일 난민 의무할당 계획에 대해 “유럽 지도자들은 꿈의 세계에 살고 있다”며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쳤다. 헝가리는 오는 15일부터 국경을 넘거나 장벽을 훼손하는 난민을 추방, 구속하는 등 강력한 국경 통제를 시작할 예정이다.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은 유럽연합이 중동 출신 난민을 받아들일 것을 회원국들에 강요하는 “독재”를 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12일 동유럽 국가들의 난민에 대한 거부감은 유럽연합 내부 동과 서의 간극이 여전함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또한 신문은 서유럽에서는 오래전부터 이민자가 유입된 역사가 있지만, 폴란드의 경우 인구의 98%가 백인이고 94%는 가톨릭교도일 정도로 동유럽은 비교적 균질적인 사회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짚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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