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 국가들 독일의 ‘횡포’ 반발
영국 5년간 2만명 별도 수용 방침
영국 5년간 2만명 별도 수용 방침
유럽연합(EU)이 이탈리아와 그리스, 헝가리에 발이 묶인 난민 12만명을 분산 수용하는 할당안을 통과시켰다. 몇몇 동유럽 국가들의 반발에도 독일·프랑스가 주축이 돼 표결에 부친 결과다. 난민구호단체 등은 환영 의사를 밝혔지만, 일부에서는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유럽연합이 각국의 주권에 관련된 문제를 만장일치가 아닌 다수결로 정한 방식이 의외라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유럽연합 내무·법무 장관들은 22일 브뤼셀에 모여 회원국들에 난민들을 의무적으로 할당해 수용하는 방안을 다수결로 통과시켰다고 영국 <비비시>(BBC) 방송 등이 보도했다. 그동안 난민 할당안에 반대해온 헝가리와 체코, 슬로바키아와 루마니아는 반대표를 던졌으나, 폴란드는 이날 입장을 바꿔 찬성에 한표를 보탰다. 핀란드는 기권했다.
이로써 유럽연합 회원국 가운데 26개국이 올해 이탈리아와 그리스에 대기 중인 난민 6만6000명을 분산 수용하게 된다. 헝가리에 머물고 있는 난민 5만4000명의 수용 국가는 내년에 정해질 예정이다. 유럽연합과 난민 관련 면제 협약을 맺어 이번 의무 할당 대상국에서 빠진 영국과 덴마크는 각각 올해 4000명과 1000명을 받아들이겠다고 자원하고 나섰고, 영국은 이와는 별도로 앞으로 5년간 시리아 난민 2만명을 수용할 방침이다.
반대표를 던진 동유럽 국가들은 이날 표결 뒤 난민 분산 수용안이 서유럽, 특히 독일의 ‘횡포’라고 반발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지난달 ‘독일로 오는 난민들을 내치지 않겠다’고 했다가 밀려드는 난민들을 감당할 수 없게 되자, 유럽연합 국가들에 그 책임을 떠넘겼다는 것이다. 로버트 피코 슬로바키아 총리는 이번 투표는 유럽연합 역사에 전례가 없다며 “내가 총리로 있는 한, 슬로바키아 땅에는 (난민) 의무 할당이 적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유럽연합에서 난민 수용에 가장 부정적 입장을 보여온 헝가리 정부는 대변인을 통해 “사람들을 할당 국가에 머무르게 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며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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