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트리나 재난, 국가태만 표본” 독일 블레어
퇴임 앞둔 슈뢰더, 부시 대놓고 비판
블레어·정적 메르켈에게도 ‘쓴소리’
“허리케인 카트리나는 국가가 의무를 게을리했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날 수 있는가를 보여준 것이다.”
퇴임을 앞둔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가 10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복지 축소 정책을 따끔하게 꾸짖었다. 그는 이날 하노버 노동조합에서 한 연설에서 “총리라는 자리 때문에 그 나라를 지명할 순 없지만, 여러분들은 내가 지금 미국에 대해 말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 것”이라며, 부시 대통령을 겨냥했다.
슈뢰더 총리는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내뱉었다. 그는 영국이 이라크에 군대를 보낸 것을 거론하며, “내 영국인 친구는 다른 친구들을 사귀고 있다”고 비꼬았다. 슈뢰더 총리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비판하며 파병 요청을 거부했다.
그의 독설은 조만간 자신의 뒤를 이을 앙겔라 메르켈 기민당 당수를 겨냥한 것이기도 하다. 슈뢰더 총리는 “메르켈 당수의 정책은 복지국가라는 독일의 소중한 본성을 바꾸고, 사람들에게 덜 자비로운 사회를 만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슈뢰더 총리는 지난 9일 자신의 사민당과 기민당의 대연정에 합의하고 총리직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그러나 오는 27∼28일 영국에서 열리는 유럽연합 정상회의에 독일 총리로서 참석할 것이라고 밝혀, 메르켈 당수를 불편하게 하고 있다. 그가 퇴임하면 러시아의 거대 에너지기업인 가스프롬을 위해 일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으나, 메르켈 총리의 내각에는 참여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유강문 기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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