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반이민 정서가 심상치 않다. 쾰른 시장 선거를 하루 앞둔 17일 유력한 후보가 ‘외국인 혐오’ 성향의 주민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중상을 입는 사건이 일어났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난민 포용 정책으로 하루 1만여명의 난민이 독일로 밀려들면서 이슬라모포비아(이슬람혐오증)를 앞세운 기존 극우 세력뿐 아니라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불만이 커지는 모양새다.
17일 오전 9시께 쾰른 시장 선거에 출마한 무소속 후보 헨리에테 레커(58)가 유세를 하던 중 흉기에 찔려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고 <데페아>(DPA) 통신이 보도했다. 목을 찔린 레커의 상태는 안정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레커는 2010년부터 쾰른시 사회통합국을 이끌며 난민들의 거처 마련을 책임져왔다. 경찰은 이 때문에 범행 대상이 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쾰른시 수석 공공검사 울프 빌룬은 기자회견에서 현재까지의 “진술”을 종합해볼 때 범인의 범행 동기는 “외국인 혐오”로 보인다고 밝혔다. 현장에서 붙잡힌 범인은 페인트공 출신으로 44살의 무직자다. 경찰은 그가 범죄 전과가 없으며 알려진 극우주의자도 아니라고 말했다.
이번 공격은 최근 독일내 반이민 정서가 확대되는 가운데 벌어졌다. 우선 극우단체 ‘페기다’((Pegida·서구의 이슬람화에 반대하는 애국적 유럽인들) 집회에 다시 인파가 몰리기 시작했다. 지난 1월 2만5000명이 모였던 페기다 집회는 지도자 루츠 바흐만의 ‘히틀러 셀카 사진’ 공개 뒤 유명무실해진 상태였다. <슈피겔>은 “수개월간 잠잠했던 페기다가 다시 돌아왔다”며 “당국자들은 이들의 증오가 주류 정치로 옮겨갈 수 있다고 우려한다”고 전했다. 19일 창설 1주년을 맞는 페기다의 월요 저녁시위엔 수만명이 결집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반이민 정서가 폭력성을 띄기 시작했다는 우려도 나온다. 평화시위가 폭력시위로 이어지고 난민 거주지에 대한 공격은 올 들어 400건 보고됐다. 난민 관련 보도 기자들에 대한 폭행 사건도 발생하고 있다.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메르켈 총리의 난민 포용 정책이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도 과도하다고 인식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독일이 자신의 능력보다 많은 난민들을 받아들이고 있다고 생각하는 시민들의 불안과 공포감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메르켈 총리는 난민 정책에 대해 쏟아지는 비판과 우려에 대해 “우리는 할 수 있다”는 말을 반복하고 있다. 하지만 여론조사 기관 ‘유고브’의 초근 조사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32%만이 총리의 주장에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4일 여론조사기관 ‘인사’(Insa)는 독일 국민 33%가 메르켈 총리의 사임을 원한다고 전했다.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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