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책임자·개혁 전 특위위원 조사
자료 기반 ‘성전의 상인들’ 곧 출간
자료 기반 ‘성전의 상인들’ 곧 출간
교황청이 내부 기밀문서를 언론에 유출한 혐의로 고위 성직자를 포함해 2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유출된 문서 내용을 바탕으로 교황청 비리를 폭로하는 내용의 책들이 이번주 나올 예정인데, 교황청은 이 책들의 출간을 반대한다고 했다.
교황청은 2일 성명을 통해 내부 기밀문서를 유출한 혐의로 고위 성직자를 뜻하는 ‘몬시뇰’인 루시오 앙헬 바예호 발다 신부와 2013년 바티칸 재정 개혁을 위해 한시적으로 활동했던 특별위원회(COSEA) 위원이었던 프란체스카 샤우키를 지난 주말에 체포해 조사했다고 밝혔다. 다만, 샤우키 위원은 수사에 협조적이라는 이유 등으로 풀어줬다고 했다. 앞서, 1일 영국 <텔레그래프>는 교황청 보안당국이 교황청 회계 책임자인 리베로 밀로네의 컴퓨터를 해킹해 정보를 빼내려 한 이들이 누구인지 수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에 체포된 발다 신부는 교황청 재정 관련 주요 부서의 책임자였으며, 풀려난 샤우키는 특별위원회 공보 관련 전문가였다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바티칸은행은 돈 세탁에 연루되는 등 교황청 재정과 관련한 추문이 많았으며, 유출된 내부 기밀문서들에는 금전 관련 추문과 교황청 내부 권력투쟁과 음모에 관련된 내용들이 포함된 듯 보인다.
교황청은 내부 기밀문서 유출을 형법상 범죄로 규정하고 있으며, 2012년 언론인 잔루이지 누치에게 기밀문서를 유출한 베네딕토 16세의 집사에게 징역 18개월을 선고한 적이 있다. 누치는 당시 건네받은 문서를 바탕으로 <교황 성하>라는 책을 썼고, 집사는 징역 2개월째에 베네딕토 16세의 사면으로 풀려났다. 베네딕토 16세 사임 뒤 취임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추문에 휩싸여온 바티칸은행 등 교황청 재정 문제에 대한 개혁을 진행했으며, 문서 유출 혐의로 체포됐던 샤우키가 일했던 특별위원회도 프란치스코 교황이 재정개혁을 위해 만든 기구였다.
<교황 성하>를 썼던 누치는 유출된 기밀문서와 증언을 바탕으로 <성전의 상인들>이라는 새 책을 이번주 낼 예정이다. 새 책은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이 이례적으로 스스로 사임한 이유는 교황청 재정 혼란상이 너무 컸기 때문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또다른 언론인 에밀리아노 피티팔디도 <탐욕>이라는 책을 낼 예정이다. 피티팔디는 책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자신은 추기경들이 호화로운 생활을 하며 미국이나 룩셈부르크에서 투자를 하는 것을 보아왔다고 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교황청은 2일 성명에서 “이런 종류의 책 출간은 투명성과 신뢰 확립에 공헌하지 못하고 오히려 혼란을 일으킨다”고 밝혔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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