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축소·자율성 강화 등 내놔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영국의 유럽연합(EU) 잔류를 위해 필요한 4개 요구사항을 공개했다. 2017년까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 실시를 선언하며 집권한 캐머런 총리는 4개 요구사항이 관철될 경우에는 유럽연합 잔류 쪽으로 국민들을 설득하겠다고 밝혔다.
캐머런 총리는 10일 런던에 있는 연구소인 채텀하우스에서 한 연설에서 이런 요구사항을 공개했으며, 요구사항을 담은 편지는 도날트 투스크 유럽연합 정상회의 의장 앞으로 보냈다. 편지 내용의 골격은 영국은 유럽연합 추가 통합 움직임에서는 빠지게 해주고 자율성도 더 보장해달라는 것이다. 캐머런 총리는 편지에서 “우리 우려는 한 단어로 요약할 수 있다. 유연성 (보장)이다”라고 적었다. 캐머런 총리는 편지에서 4개 요구사항으로 △영국의 유럽 단일시장 접근은 보장하되, 영국 같은 비유로존 국가가 유로존(유로를 쓰는 유럽 19개국) 국가에 비해서 차별받지 않게 해달라 △유럽연합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 규제를 줄이자 △유럽연합 의회가 제정한 법률이라도 개별 회원국 의회가 원하지 않으면 거부할 수 있게 하자 △영국으로의 이민자 유입을 줄이는 정책을 쓰게 해달라 등을 제시했다.
가장 논쟁적인 부분은 이민에 관한 문제다. 캐머런 총리는 유럽연합 내부 이민자라도 영국에 들어온 첫 4년 동안은 복지 혜택에서 제외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유럽연합으로 흘러드는 난민뿐만 아니라 동유럽 등 같은 유럽연합 회원국 국민의 영국 유입도 줄이겠다는 뜻이다. 필립 해먼드 영국 외무장관은 <비비시>(BBC) 방송에 “우리가 진짜 하려는 것은 유럽 저숙련 노동자의 영국 이민을 줄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의 이민자 복지 축소 요구는 유럽연합 원칙 중 하나인 유럽연합 내 이동 자유의 원칙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 보후슬라프 소보트카 체코 총리는 “이민자 복지 축소가 가장 문제적”이라고 말했다. 소보트카 총리는 영국이 이민자 복지 축소를 허용해 유럽연합 내 이동 자유 원칙이 침해되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캐머런 총리는 편지의 결론 부분에서 “4가지 영역에 대해 합의에 도달한다면, 성심을 다해서 영국의 유럽연합 잔류 운동을 벌일 준비가 되어 있다”고 적었다. 영국과 유럽은 다음달 열리는 유럽연합 정상회의에서 이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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