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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독일 ‘난민 무조건 수용’ 폐기…메르켈 변심? ‘독불장관’ 뚝심?

등록 2015-11-12 19:55수정 2015-11-12 22:19

토마스 데메지에르 내무장관
토마스 데메지에르 내무장관
내무장관 “더블린 조약 재적용”
각료들과 상의없이 단독 결정
메르켈 몰랐지만 뒤집진 않아
독일의 난민 정책 변경 시사
※더블린 조약: 난민은 처음 발을 디딘 유럽 국가에서 난민 자격 심사를 받아야 하고, 다른 유럽 국가로 이동해 난민 지위 신청을 할 경우 처음 입국한 국가로 이송된다고 규정한 유럽 국가들의 난민 조약이다. 1997년 발효됐으며 유럽연합(EU) 소속 28개국과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스위스, 리히텐슈타인도 이 조약에 가입해 있다.

독일 내무부가 무조건적인 시리아 난민 수용 정책의 사실상 폐기를 선언했다. 그런데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사전에 발표 내용을 전달받지도 못하는 등 난민 정책을 둘러싼 독일 내부 갈등도 드러났다.

독일 내무부 대변인은 10일 “독일은 10월21일부터 시리아인을 포함해 모든 난민들에게 더블린 조약을 다시 적용하고 있다”고 발표했다고 독일 <데페아>(DPA) 통신이 보도했다. 메르켈 총리는 지난 8월 ‘난민은 첫 입국한 유럽 국가에서 난민 자격 심사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인 더블린 조약을 시리아 난민에 대해서 적용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는데, 독일 내무부가 메르켈 총리의 8월 선언을 뒤집은 것이다.

다만, 독일 내무부는 유럽에 첫 입국한 국가가 그리스인 경우에는 예외라고 했다. 더블린 조약을 전면 적용하면 그리스로 첫 입국한 난민도 그리스로 돌려보내야 하지만, 그리스의 난민 수용 능력이 떨어지는 점을 고려한 조처다.

주요 유럽국가 난민 신청 현황
주요 유럽국가 난민 신청 현황
영국 <텔레그래프>는 독일 내무부의 결정이 메르켈 정부의 정책 방향 전환을 보여주지만, 난민들의 독일행 발길에는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할 것이라고 전했다. 독일 당국 관계자들은 이번 조처로 독일에 있다가 추방될 시리아 난민은 전체의 3% 정도로 예상한다고 이 신문에 말했다. 왜냐하면 독일로 들어온 난민 대부분이 입국할 때 공식적으로 난민 신청 서류를 작성하지 않았기 때문에 처음에 어느 나라로 들어왔는지를 알 수가 없다. 또 시리아 난민의 절대 다수가 유럽 땅에 첫 발을 들이는 그리스는 이번 더블린 조약 재적용에서 예외 지역으로 지정됐다.

독일이 더블린 조약으로 유(U)턴하게 된 이유는 독일로의 난민 유입이 급속히 증가했기 때문이다. 지난 8월 메르켈 총리의 시리아 난민 무조건 수용 발표 뒤 독일에는 시리아뿐 아니라 아프리카와 중동 각국의 난민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독일로 들어오는 난민 숫자가 올해만 80만명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일부에서는 100만명이 넘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올해 4월 75%에 이르던 메르켈 총리 지지율은 지난달 54%까지 떨어졌고, 메르켈 총리가 속한 기독민주당 안에서도 시리아 난민의 무조건 수용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최근 많이 나왔다.

대표적인 인물이 토마스 데메지에르 내무장관으로, 그는 이번 더블린 조약 재적용 방침을 다른 각료들과 상의없이 독단적으로 결정했다고 <데페아> 통신은 전했다. 메르켈 총리 대변인은 11일 더블린 조약 재적용은 “사전에 고지받지 못했으며 내무부가 혼자 결정했다. 더블린 조약 재적용은 유럽연합 규칙이 아직 유효하다는 뜻일 뿐이며 독일의 정책이 바뀌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외무장관인 프랑크 발터 슈타인마이어도 내무부 발표 당일인 10일에야 그 내용을 알았다고 통신은 전했다.

기민당 내부에서도 많은 이들이 내무부의 결정을 회의 도중에 스마트폰을 보고서야 알았으며, 기민당과 연정을 구성하고 있는 사민당 의원들은 내무부 발표를 접하고 처음에는 ‘농담’이라고 생각했을 정도라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사민당 의원들은 “의사소통의 재앙”이라고도 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데메지에르 장관이 메르켈 총리의 시리아 난민 수용 정책에 반발한 게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데메지에르 장관은 최근 난민이 정식으로 난민 자격을 인정받아도 가족 초청은 제한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볼프강 쇼이블레 재무장관도 당시 데메지에르 장관 의견에 동조하고 나섰다. 메르켈 총리는 이번 내무부의 더블린 조약 재적용 결정에 대해서 통보를 받지는 못했다고 밝혔지만, 결정 자체를 뒤집지는 않았다.

유럽 다른 나라들의 난민 정책도 점점 난민 입국을 제한하는 쪽으로 흐르고 있다. 슬로베니아는 예고한대로 국경 일부에 철조망을 설치하기 시작했으며, 독일과 함께 비교적 관대한 난민 정책을 펼치는 나라로 꼽혔던 스웨덴도 12일부터 열흘간 국경에서 검문검색과 여권 검사 등을 실시하는 등 국경 통제를 한시적으로 강화하기로 했다. 스웨덴은 상황에 따라 국경 통제를 더 연장할 수 있다고도 밝혔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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