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과 슬픔…흐느끼는 파리
응급실마다 참혹한 부상자
미·영 등 최소 11개국 출신 희생
프랑스 거리, 성탄장식 내리고
촛불·꽃다발·추모시로 채워져
응급실마다 참혹한 부상자
미·영 등 최소 11개국 출신 희생
프랑스 거리, 성탄장식 내리고
촛불·꽃다발·추모시로 채워져
“동생이 살아 있는지 모르겠어요.”
23살 여동생의 생사를 알지 못하는 앙리니콜라 타프레스는 14일 하루 종일 파리 피티에살페트리에르 병원 응급실에서 초조하게 소식을 기다렸다. 타프레스는 동생이 전날 밤 남자친구와 바타클랑 콘서트홀에 갔다고 <르몽드>에 말했다. 동생의 남자친구는 타프레스에게 동생이 총에 맞는 것을 똑똑히 봤다고 했다. “동생을 데리고 나오려고 했는데 못 했대요. 사람이 너무 많았고 패닉 상태여서….”
타프레스는 피티에 병원에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20~30대 여성 두명이 있다는 말을 듣고 무작정 달려왔다고 했다. 그는 “아버지가 (각 병원들의) 응급실 지하실에 가서 시체들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파리 7구역에 마련된 피해자 가족 지원센터엔 한 여성이 전날 밤 친구와 술을 마시러 나갔다가 돌아오지 않은 남동생의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 동생은 자정 전에 전화를 하기로 했었다. 동생의 전화는 끝내 오지 않았고 동생은 희생자 명단에도 없다. 이 여성은 “아직 확인되지 않은 주검이 많다. 계속해서 모든 병원에 (동생의 신원을 확인하는) 전화를 걸 것”이라고 <리베라시옹>에 말했다. 전날 밤 카리용 바에서 친구들과 만나기로 약속했던 알렉상드라 다미앵(30)은 막판에 일정을 바꾼 덕분에 살았다. 친구 2명은 숨졌고 나머지 셋은 중상을 입었다.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의 생사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14일 온종일 병원과 영안실의 문을 두드렸다. 전화뿐 아니라 소셜미디어에도 수소문을 했다. 돌아오지 않는 이들의 사진과 인적 사항을 올리고 ‘#파리수색’(#rechercheParis) 등의 해시태그를 달기도 했다. 하지만 바타클랑 콘서트홀을 중심으로 많은 희생자의 신원이 확인되지 않아 기다리는 이들의 애를 태웠다.
피해자들이 후송된 가스통 코르디에 병원 응급실 앞에는 친구의 소식을 기다리는 젊은이들이 발을 구르고 있었다. 슬픈 눈들은 충혈돼 있었고, 밤을 꼬박 새운 듯 초췌해 보였다고 <르몽드>는 전했다. 응급실 앞에서 빈센트 디오르는 전날 밤 바타클랑 콘서트홀에서 다친 친구를 기다리고 있었다. 디오르의 친구는 복부와 손, 얼굴에 총을 맞았다고 했다. 디오르는 2주 전 다리 부상을 당한 여자친구가 디오르의 외출을 원하지 않아 콘서트장에 가지 못했다. 그는 “어쩌면 여자친구가 나를 살린 건지도 몰라요”라고 했다.
이번 동시테러로 무고한 목숨을 잃은 건 파리 시민뿐만이 아니었다. 외신들은 미국·루마니아·모로코·벨기에·스웨덴·스페인·알제리·영국·칠레·튀니지·포르투갈 등 최소 11개국 출신 18명이 희생됐다고 전했다. ‘스타드 드 프랑스’ 경기장 인근에서 발생한 자살폭탄 테러로 숨진 포르투갈 출신 마누엘 콜라소 디아스(63)는 45년 전 프랑스로 건너온 이민자로, 아내와 두 자녀와 함께 파리에서 거주하고 있었다.
프랑스 시민들은 곳곳에서 희생자들의 넋을 달랬다. 시내 공화국 광장을 비롯해 바타클랑 콘서트홀과 테러가 발생했던 식당, 술집 인근에는 촛불과 꽃다발, 추모시들로 가득했다. 크리스마스를 한달 앞두고 샹젤리제 거리를 수놓았던 크리스마스 장식들도 내려졌다. 박물관과 학교, 도서관, 시장의 문은 굳게 닫혔다. 유럽의 가장 화려한 도시, 파리가 지금 숨죽여 흐느끼고 있다.
김지은 박현정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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