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판 9·11’…왜 파리가 표적이 됐나?

14일 독일 피아니스트 다비데 마르텔로가 전날 밤 발생한 파리 테러에서 가장 많은 희생자가 나온 바타클랑 콘서트홀 건물 앞으로 자신의 그랜드피아노를 가져와 존 레넌의 ‘이매진’을 연주하고 있다. 이 노래는 국가와 종교가 없는 평화로운 세상을 상상해 보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마르텔로는 지난 2013년 반정부 시위대에 대한 경찰의 강경 진압이 이루어졌던 터키 이스탄불 ‘탁심 광장’에서 피아노를 연주했다. 파리/AP 연합뉴스

프랑스, IS 공격에 적극적으로 참여
안으론 500만 무슬림 차별에 큰 좌절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는 14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테러를 자신들이 저질렀다고 밝히면서, 프랑스에 대해 “예언자 무함마드를 모욕하고, 프랑스 안에서 이슬람과 싸우고 칼리프 국가의 무슬림을 비행기로 공격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프랑스는 이슬람국가의 공격 대상 목록의 최우선 자리에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항모 ‘샤를 드골호’ 걸프만 파견
IS “공격 대상 목록 최상위” 경고
무슬림 청년들 극단주의 경향 커

이는 프랑스가 서방 국가 중 미국에 이어 가장 이슬람국가 군사공격에 적극적인 상황과 관련 있다. 지난해 9월 이후 프랑스 전폭기들은 시리아와 이라크의 이슬람국가를 상대로 모두 283차례의 공습을 가했다. 지난 5일에는 프랑스의 하나뿐인 항공모함인 샤를 드골호를 걸프만에 보내 이슬람국가에 대한 공습을 강화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바타클랑 콘서트홀에서 테러범은 “올랑드의 잘못이다. 시리아에 개입하지 말아야 했다”고 말했다.

올해 1월 시사만평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 테러에서 보듯 프랑스는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의 집중적인 표적이 돼왔다. 이렇게 표적이 된 데는 이 나라가 이슬람 극단주의 격퇴작전에 적극 참여하고 있는 점과 함께, 유럽 나라들 중에서 무슬림 인구 비중이 가장 높고, 무슬림들이 소외되면서 느끼는 절망감이 젊은이들을 이슬람 극단주의로 기울게 하는 사회적 토양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샤를리 에브도> 테러와 이번 테러에는 모두 프랑스 출신의 무슬림이 연루돼 있다.

영국의 제인스 테러리즘센터 소장인 매슈 헨먼은 <아에프페>(AFP) 통신에 “프랑스 안에서 무슬림들을 차별하고 부당하게 대우하고 있다는 인식과 북부 및 중부 아프리카에서의 대테러 작전으로 인해 프랑스가 표적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프랑스는 과거 식민지였던 아프리카 말리에서 2013년 정부군이 이슬람주의 반군과 내전을 치르자 군대를 보내 지금도 전투를 벌이고 있다. 최근에는 나이지리아의 보코하람 격퇴작전을 지원하고 있다.

프랑스 안에서도 2004년 학교에서 히잡 착용을 금지하고, 2010년 공공장소에서 부르카 착용을 금지하면서 이슬람주의자들의 반발은 커져왔다. 2005년 11월에는 두 무슬림 소년의 죽음을 계기로 무슬림 차별에 항거하는 이주자들의 폭동이 발생하기도 했다. 프랑스 인구에서 무슬림 비중은 7~9%로 추정된다. 사회학자인 라파엘 리오지에는 “프랑스는 무슬림으로서 느끼는 좌절감이 가장 큰 나라”라며 “그래서 젊은이들이 다른 어느 곳보다 기꺼이 (이슬람 근본주의 단체에) 가입한다”고 말했다.

프랑스 당국의 공식 통계로만, 이라크와 시리아의 이슬람국가에 가담한 프랑스 출신이 571명이다. 이 가운데 245명은 프랑스로 되돌아왔고, 141명은 현지에서 사망했다. 영국 <가디언>은 이슬람국가에 가담한 약 3000명의 유럽 출신자들 가운데 절반인 1500명이 프랑스 출신이라고 전한다.

황상철 기자 [e-mail]

---

이라크 신자르서 IS 격퇴당해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프랑스 파리에서 동시 테러를 자행하던 13일 이슬람국가는 근거지인 이라크 북부 신자르에서 격퇴를 당했다. 시리아와 이라크 북부 지역에서 미군의 공습을 등에 업은 쿠르드족의 공세와 시리아 동남부 지역에서 러시아의 공습을 등에 업은 시리아 정부군의 공세로, 이슬람국가는 자신의 근거지에서 수세에 놓여 있다.

연합군·쿠르드 공격에 무너져
시리아 락까-이라크 모술 연결
무기·보급품 끊겨 타격 클 듯
미국, 리비아 IS 첫 공습 단행

<알자지라> 등 외신들을 종합하면, 이슬람국가는 이날 쿠르드 민병대인 페슈메르가와의 격렬한 전투 끝에 주요 요충지인 신자르를 내주고 퇴각했다. 마수드 바르자니 쿠르드자치정부 수반은 현장에서 “페슈메르가의 피로 신자르가 해방됐다”고 선언했다.

목격자들은 이번 전투가 지난해 이슬람국가가 시리아와 이라크 북부지역에 진출한 이후 가장 격렬한 교전이었다고 전했다. 쿠르드 자치정부는 전날 약 7500명의 페슈메르가 대원들이 이슬람국가의 전략 보급로를 차단하기 위해 3개 전선에서 신자르에 접근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페슈메르가의 신자르 탈환 작전에는 미군의 지원 공습도 큰 구실을 했다. 미군 기관지 <성조>는 미국이 신자르 탈환 작전 이후 모두 36차례 공습에 나섰으며 적어도 9개의 이슬람국가 부대를 타격했다고 전했다.

이라크 북부 니네베주의 신자르는 소수민족인 야지디족의 거주지로 지난해 8월 이슬람국가의 손에 들어갔다. 신자르를 점령한 이슬람국가는 ‘악마 숭배자’라며 야지디족을 학살, 강간, 노예화했다. 수만명의 야지디족은 이슬람국가를 피해 인근 산악지역으로 피신했다. 미군은 야지디족 구출을 명분으로 이슬람국가 공습을 시작했다.

신자르 탈환이 이슬람국가 격퇴전에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이유는 이슬람국가의 수도인 시리아의 락까와 이슬람국가가 점령한 이라크 제2의 도시 모술을 연결하는 47번 고속도로가 있기 때문이다. 이 도로는 이슬람국가가 무기와 보급품 등을 공수하는 주요 보급로이다. 바르자니 수반은 “신자르 해방은 모술을 해방하는 데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공언했다. 신자르 탈환 작전에서는 최근 파견된 미군 특수부대 50명이 직접 지상군과 연계한 공습을 지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리아에서의 러시아의 공습이 바샤르 아사드 시리아 정부군에 맞서는 반군에 쏠려 있다고는 하지만 이슬람국가의 주요 근거지도 일부 공습하고 있어, 이슬람국가는 근거지에서 미국과 러시아 양쪽으로부터 강한 군사적 압박을 받고 있는 형국이다.

미국은 또 13일 리비아의 이슬람국가를 상대로 첫 공습을 단행했다. 피터 쿡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미군 전투기가 이슬람국가 거점 지역을 공습해 이슬람국가 지도자 아부 나빌을 제거했다”고 밝혔다. 미국이 이라크와 시리아 이외의 국가에서 이슬람국가에 대한 공습에 나서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슬람국가를 상대로 한 미국 군사력 사용의 강도가 더 커질 것임을 예고한다.

김지은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