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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오바마 ‘지상군 투입 없다’ 기존전략 유지 왜?

등록 2015-11-16 19:26수정 2015-11-16 22:13

IS 중동에서 수세 몰려
‘봉쇄전략 효과적’ 판단
프랑스 파리 테러에도 불구하고 이슬람국가(IS)의 봉쇄에 주력하는 미국의 기존 전략 틀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도 지상군 투입 꺼려
기존 전략 바꿀 수도 없어

터키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수행하는 벤 로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은 파리 테러 이후에 대처하는 미국의 입장을 비교적 명확히 밝혔다. 그는 언론들과의 회견에서 프랑스 등 동맹국들과 연대해 이슬람국가에 대한 공세는 강화하나, 지상군 투입 등은 없다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그는 “중동의 지상전에 전면 개입하는 미군의 추가 투입은 이 위기에 대처하는 방법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오바마 행정부는 공습과 병행해, 미군이 훈련시킨 현지 병력 등을 이용해 이슬람국가를 격퇴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이 여전하다고 말했다. 이는 미국이 지상군을 파견하지 않고 현지 병력을 양성하며 제한적인 공습으로 이슬람국가를 봉쇄해서 장기적으로 약화시킨다는 기존 전략을 유지하겠다는 의미다.

미국 언론은 파리 테러로 이슬람국가를 봉쇄하는 전략은 실패하고 그 위협이 전 세계로 퍼져서, 대응 전략을 강화해야 한다는 조야의 여론을 앞다투어 전하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가 이런 여론의 압력에 맞서는 것은 기존 전략을 바꿀 필요도 없고, 바꿀 수도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첫째, 오바마 행정부는 기존 전략이 효과를 내기 시작한다고 보고 있다. 로즈 부보좌관은 오바마 대통령이 이라크에서 이슬람국가의 최근 퇴각을 언급해왔음을 상기시키며, 파리 테러는 “이라크와 시리아를 넘어 공격하려는 이슬람국가의 오랜 야망이 표현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의 이런 말은 파리 테러 자체가 이슬람국가의 수세를 반영하는 이미 예상된 수순이라는 것이다. 파리 테러 등 10월 이후 이슬람국가의 일련의 테러는 그들의 전략전술 변화이며, 이는 시리아와 이라크 현지 전황에서 이슬람국가가 수세에 몰린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는 데 언론과 전문가들도 의견을 같이 한다.

파리 테러를 저지른 13일 이슬람국가는 이라크 북부 신자르에서 쿠르드족 민병대 페슈메르가의 공세에 밀려 퇴각했다. 산자르 탈환은 현지 병력 양성과 이를 지원하는 공습을 주축으로 하는 미국의 이슬람국가 격퇴 전략의 최대 성과다. 신자르 상실로 이슬람국가는 수도격인 시리아 락까와 이라크 2대 도시 모술을 잇는 보급로를 차단당하게 됐다. 이번 공방전에서 미군의 공습은 쿠르드족 공세에 큰 도움을 줬다.

또 이날 미국은 리비아의 이슬람국가 지부를 공습해, 지도자를 제거했다고 발표했다.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 붕괴 이후 리비아에 대한 미군의 첫 공습이다. 미군이 이라크·시리아를 넘어서까지 이슬람국가 관련 세력 격퇴에 개입할 정도로 여력이 생겼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1년 이상 대이슬람국가 전쟁에 개입해 오면서 미군이 정확한 공습을 뒷받침해줄 현지 정보 네트워크 등을 구축해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최근 서방 인질들을 처형했다며 공개한 영상에 자주 등장했던 이슬람국가의 상징적 인물인 영국 출신의 ‘지하드 존’을 공습으로 제거했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둘째, 기존 전략을 대체할 대안도 없다. 기존 전략을 바꾸는 것이란 결국 지상군을 투입해 이슬람국가와 지상전을 벌이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오바마 행정부가 이슬람국가 대응에 실패했다고 규탄하는 공화당의 대선 주자들도 머뭇거리는 전략이다. ‘급진적 이슬람’과의 전쟁 선포를 주장하는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은 15일 <에이비시>(ABC) 방송에 출연해 “상당한 규모의 미군 개입이 필요하다”면서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차원에서 미국과 유럽이 함께 대응해야 한다고 단서를 달았다.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는 <시엔엔>(CNN) 방송에 “미국은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면서도 구체적으로 비행금지구역 설정과 반군의 무장 강화를 제안했을 뿐이다. 군소후보인 린지 그레이엄마저도 즉각적인 지상군 투입의 필요성을 제기하면서도 “프랑스와 함께 지역 연합군 구성”을 조건으로 달았다.

유럽 동맹국들과의 연합군 구성은 현재로서는 미국의 희망사항일 뿐이다. 가능하다고 해도 많은 시간이 걸리는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이슬람국가를 수니파 아랍계 주민과 분리시키는 등 현지에서 완전히 고립시키고, 주변 아랍 국가들의 일치된 개입을 끌어내는 정치적 해결책이 앞서야 한다. 현재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는 시리아 평화회의는 그 첫걸음일 뿐이다.

미국으로서는 이번 파리 테러를 동맹국 등 국제사회의 연대와 개입을 더욱 강화하는 계기로 활용하려 한다. 로즈 부보좌관은 파리 테러가 “대이슬람국가 격퇴전을 지원하는 데 국제사회의 절박감을 강화하고, 시리아 내전의 외교적 해결을 지지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파리 테러는 이슬람국가를 봉쇄해 장기적으로 약화를 유도하는 미국의 기존 전략을 바꾸기보다는 당분간 더욱 강화하는 쪽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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