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사회에서는 프랑스의 정체성이란 없다”
프랑스 공화당을 이끄는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이 25일 스트라스부르 북쪽 도시 쉴티히하임의 지지자들 앞에서 이렇게 말했다. 13일 파리 테러 뒤 사르코지가 나선 첫 지방선거 지원 유세였다.
사르코지는 “우리를 공격하는 자들은 우리가 약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프랑스 및 서구사회의 취약점은 ‘다문화’가 불러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를 “공화국이 맞은 역풍”이라고 표현했다. 사르코지는 누군가 이주자 문제를 꼬집으면 인종주의자로 낙인찍히고, 국경 강화 필요성을 주장하면 필리프 페탱 장군으로 취급받는 현실이 문제라고 강조했다. 페텡은 전시 프랑스를 이끌어 나치에 협력했다는 비판을 받는 인물이다.
대권 탈환을 노리는 사르코지가 취약한 프랑스 사회를 위해 제시한 해법은 “영원한 프랑스”로의 회귀였다. 여기에는 세계화로 퇴조하는 프랑스 문화를 되살리고 학교에 규율과 기준을 재정립하는 것까지 프랑스의 정체성을 되찾는 것이 포함된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보도했다.
신문은 사르코지의 ‘우클릭’이 열흘도 남지 않은 지방 선거와 18개월 남은 대선을 의식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슬람과 이주자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며 마린 르펜의 극우정당 국민전선(FN)이 선전할 것으로 예측돼, 수세에 밀린 사르코지가 극우 표심을 겨냥했다는 것이다. 프랑스 베르사유 대학의 로랑 보빗 정치학 교수도 “사르코지가 극우를 유혹하는 낡은 수법에 기대고 있다”고 말했다. 사르코지는 지난 2007년 대선과 2012년 대선을 앞두고도 ‘프랑스 다문화 정책의 실패’를 꼬집으며 극우의 표심을 자극한 바 있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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