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로부터 ‘모든 난민을 받을 순 없다’는 냉정한 답변을 듣고 울음을 터뜨렸던 팔레스타인 난민 소녀가 2017년까지 독일에 체류할 수 있게 됐다.
독일 일간 <빌트>는 24일 레바논 팔레스타인 난민캠프 출신의 14살 림 사윌과 그 가족이 2017년 10월17일까지 독일에 체류할 수 있는 권한을 얻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림의 가족이 며칠 안에 체류 허가증을 발급받을 수 있다면서 “‘메르켈의 소녀’가 여기에서 지낼 수 있다!”고 대서특필했다. 용접공이었던 림의 아버지는 현재 난민 지원 활동을 하고 있다.
로렌츠 카피어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 주 내무장관은 “림의 체류 지위가 명확해져서 기쁘다”며 “불확실한 시기가 끝났고 이제 그녀가 여기서 지낼 수 있다”고 말했다.
림은 지난 7월 북부 로스토크에서 ‘독일에서의 좋은 삶’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청소년 토론회 도중 메르켈 총리의 발언에 울음을 터뜨려 눈길을 모았다. 생중계되던 토론에서 마이크를 잡은 림은 밝은 얼굴로 자신이 영어와 독일어를 유창하게 구사할 줄 알며 독일에서 대학에 진학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언제든 추방될 수 있는 처지라면서, “언제까지 독일에 머물 수 있을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미래를 그릴 수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메르켈 총리가 “때로는 정치가 참 어렵다. 모든 난민에게 오라고 한다면 우리는 감당할 수가 없다. 어쩔 수 없이 떠나야 하는 사람이 있다”고 답변하자 경청하던 림은 설움이 복받친 듯 눈물을 떨구었다. 당황한 총리가 림의 어깨를 다독이며 “참 잘했다”고 위로했지만, 사회자도 “총리님, 이건 잘하고 말고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 장면은 인터넷을 타고 세계로 퍼져 나갔고 메르켈은 한동안 너무 차갑고 동정심이 결여됐다는 등의 비판에 휩싸였다. 림의 가족은 이후 2016년 3월까지 로스토크에 머무를 수 있는 일시적 체류권한을 부여받은 바 있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