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전야에 집단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던 독일 쾰른역 앞에서 경찰들이 6일 순찰을 돌고 있다. 독일 경찰은 새해 전야에 아랍이나 북아프리카 출신으로 보이는 남성들이 여성을 공격한 사건에 대해서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쾰른/AP 연합뉴스
레커 시장 ‘여성 행동규범’ 제안도
SNS서 발언 비판·조롱 글 잇따라
북아프리카 범죄조직 관련 수사
SNS서 발언 비판·조롱 글 잇따라
북아프리카 범죄조직 관련 수사
여성이 낯선 사람과 “한팔 길이보다 넓게 간격을 유지하면” 성폭력을 예방할 수 있다?
새해 전야 집단 성폭력이 발생한 독일 쾰른의 시장이 여성들에게 ‘스스로 조심하면 성폭력을 피할 수 있다’고 말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지난해 12월31일 밤 쾰른역 인근에서 일어난 집단 성추행, 절도 등 사건과 관련해 헨리에테 레커(59·사진) 쾰른 시장은 5일 성범죄 예방을 위한 여성 “행동규범”을 제안했다. 레커 시장은 낯선 사람들과 한팔 길이의 간격 유지하기, 대규모 공공행사에 참석할 때는 함께 온 지인들과 떨어지지 않기, 목격자 등 주변인에게 도움 요청하기, 경찰에 신고하기 등을 꼽았다.
이날 오후 소셜미디어에는 레커 시장의 발언을 비판하는 글들이 끊이지 않았다. “한팔 길이”를 뜻하는 독일어 해시태그(#einearmlaenge)는 독일 트위터 트렌드 상위권을 차지했다. 한 여성 누리꾼(@Nurit77Sara)은 “내일부터 여성(전용) 버스의 제공을 요구한다. 그렇지 않는 이상 난 ‘#한팔 길이’를 이행하지 못할 것”이라고 조롱했다. 또다른 여성 누리꾼(@Birgit_Haase)은 “나는 팔이 짧다. 이게 내가 최악의 상황에 빠졌을 때 문제가 될까?”라고 올렸다. 심지어 법무장관인 하이코 마스도 트위터에 “나도 ‘한팔 길이’ 같은 여성 행실에 대한 조언을 높이 사지 않는다”며 “책임은 여성들에게 있는 게 아니라 가해자에게 있다”고 비판했다. 들끓는 여론에도 레커 시장은 6일 ‘젊은 여성만을 대상으로 한 조언이었다’며 자신의 발언을 두둔했다.
한편, 독일 경찰은 지난 31일 밤 사건이 쾰른에서 약 35㎞ 떨어진 뒤셀도르프에서 활동하는 북아프리카 범죄조직과 관련이 있는지 수사하고 있다고 <데페아>통신이 7일 보도했다. 아직 체포된 용의자는 없다. 하지만 사건의 윤곽이 좀더 뚜렷해지고 있다. 경찰은 1일 자정께 남성 1000여명이 쾰른역에 모여 폭죽을 터뜨리자 경찰이 이들을 해산했고, 사건은 이들이 흩어진 뒤부터 시작됐다고 밝혔다. 100여건이 넘는 피해 사례의 4분의 3이 성 관련 범죄로 드러났다. 경찰은 30여명의 남성들이 무리를 지어 여성들을 둘러싼 뒤 몸을 더듬는 등 추행하고, 많은 경우 여성들의 소지품을 훔쳐갔다고 전했다. 함부르크에서도 유사한 신고가 53건 접수됐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헨리에테 레커 쾰른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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