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주 35시간 노동’ 흔들기 추진
거센 반대 부딪히자 일부 조항 수정
노동계 “개정안 완전 철회” 반발
기업쪽은 “개혁 거꾸로 간다” 맞서
거센 반대 부딪히자 일부 조항 수정
노동계 “개정안 완전 철회” 반발
기업쪽은 “개혁 거꾸로 간다” 맞서
프랑스 사회당 정부가 프랑스 노동법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주 35시간 노동제’를 사실상 형해화하는 노동법 개정안을 추진했다가, 거센 반대에 부딪히자 후퇴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프랑스 노동계는 개정안의 완전 철회를 주장하고 있어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마뉘엘 발스 총리는 14일 친기업적이라는 평가를 받은 노동법 개정안의 일부 조항을 수정한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부당 해고의 경우 사업주가 노동자에게 지급해야 할 보상금에 제한을 두는 안을 철회했다. 현행 노동법에서는 부당 해고의 경우 퇴직금과 별도로 보상금을 노동자에게 지급해야 한다. 또한, 결혼·출산과 같은 가족 행사와 관련된 휴가 일수를 기업과 노동자가 협상에 따라 노동법에 규정된 일수보다 줄일 수 있는 안도 취소했다. 현행법에는 관련 휴가 일수가 명시되어 있으며, 협상의 여지도 두지 않고 있다.
발스 총리는 노동법 개정안 추진을 “새롭게 시작하겠다”고 말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은 전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정부 원안에 수정과 설명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개정 자체는 계속 추진한다고 밝혔다.
프랑스 노동법은 ‘성경보다 길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길고 복잡하다. 3400쪽에 이르는 노동법에서 노동자 권리를 촘촘하게 보장하고 있지만, 사회당 정부는 오히려 이 때문에 기업이 고용을 늘리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내년 대선을 앞둔 올랑드 대통령은 실업률이 10%대에서 내려오지 않자, 정규직 해고를 쉽게 하고 근무시간을 늘리는 노동법 개정으로 돌파구를 마련하려 시도 중이다.
올랑드 정부가 손보려는 대표적인 제도가 같은 사회당 소속 리오넬 조스팽 전 총리가 주도해 2000년에 도입한 주 35시간 노동제다. 유럽연합에서 주 35시간 노동제를 채택한 나라는 프랑스가 유일하다. 올랑드 정부는 주 35시간 노동제 원칙 자체는 허물지 않지만, 예외를 많이 만들어서 사실상 효력을 지우려 한다. 현행법에서도 예외적인 상황에서 최대 주 60시간까지 노동이 허용되지만, 주 35시간 초과 노동 기간은 연 12주를 넘을 수 없다. 개정안은 그 기간을 연 16주까지로 늘릴 수 있도록 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또다른 개정안은 정리해고 요건 완화다. 현행 노동법에서 기업이 노동자들을 정리해고하려면 기업이 경기침체 사실을 법원에 입증해야 했다. 하지만 개정안에 따르면 기업이 새로운 경쟁 또는 기술 변화에 직면하는 경우 등에도 정리해고를 할 수 있다. 개별 노조 협상이 산별 노조 협상보다 노동자에게 불리할 때도 개별 노조 협상이 인정된다. 예를 들면 연장근로 수당을 개별 노조 협상 때문에 산별 노조 협상안보다 적게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개정안에는 노동자가 퇴근 뒤 업무와 관련된 전화나 이메일을 받지 않을 권리인 ‘연결되지 않을 권리’가 처음으로 명시되는 등 노동자에게 유리한 조항도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친기업적인 면이 더 많다.
올랑드 정부의 노동개혁안은 좌파와 우파 모두를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프랑스 중소기업연맹은 발스 총리가 개정안 일부를 철회하자 “개혁이 거꾸로 가고 있다”고 반발했다. 노조 쪽은 지난 9일 22만명(내무부 추산)이 참가한 거리 시위를 주도한 데 이어, 개정안을 철회하지 않으면 다시 거리로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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