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이메일, 여행 일정, 소지 화물 내역, 여권 정보….’
앞으로 유럽연합 가입 국가들을 여행하는 여행객들의 정보는 가입국들의 정보기관들에 의해 공유될 것으로 보인다. 13일(현지시각) 영국 <가디언> 등 외신은 14일 예정된 유럽의회의 표결에서 ‘항공여객정보’(PNR) 공유 법안이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항공여객정보’에는 유럽연합 회원국가를 오고 가는 여행객들의 이름과 여행 일정을 비롯해 여권 정보, 항공권 결제 방법까지 포함된다. 법안에 따르면 이러한 정보는 특정 정보기관의 요청이 있을 경우 공유되며, 5년간 보관된다.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는 6개월 후에는 익명화된다.
이 법안은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테러와 같은 조직화된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목적으로 2011년 제안했으나, 개인정보 침해 가능성이 있다는 비판으로 인해 5년간 계류돼왔다. 그러다 지난해 11월 프랑스 파리 테러가 일어난 뒤 항공여객정보 공유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고, 지난해 12월 유럽연합 내무장관들이 법제화에 합의한 뒤 4개월만에 표결이 성사됐다.
이번 합의를 주도해온 티모시 커크호프 영국 보수당 출신 유럽의회 의원은 “법안이 수정되지 않고 채택돼 만족스럽다”며 “각 국가들은 법안을 실행하는 데에 2년의 유예기간을 가질 수 있지만, 대부분의 유럽연합 국가들은 바로 실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시사주간 <샤를리에브도> 총격 사건과 파리 테러 등 연이은 테러 공격을 받아온 프랑스의 마뉘엘 발스 총리 역시 “항공여객정보를 공유하는 것은 테러에 대항하기 위한 추가적인 수단”이라며 법안 통과를 촉구해왔다.
항공여객정보 공유 법안이 개인의 정보를 침해하며, 테러를 막는 데 도움이 된다는 확실한 증거도 없다는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다. 클라우드 모라에스 영국 노동당 소속 유럽의회 의원은 “법안은 충분한 안전장치를 갖췄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이 프로그램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지속적으로 감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디언>은 이번 법안이 유럽 의회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중도 우파, 중도 좌파 의원들에게 지지를 받고 있는 만큼, 수월하게 표결을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황금비 기자 with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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