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홀트 한닝
2차 대전때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벌어진 인종청소에 가담한 혐의로 법정에 선 전직 나치 친위대(SS) 대원이 72년만에 자신의 잘못을 사과했다.
29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제3 SS 기갑사단 ‘토텐코프’(Totenkopf·죽음의 손) 소속으로 1943년부터 1944년까지 아우슈비츠에서 근무한 라인홀트 한닝(94)은 이날 법정에서 “내 행위에 대해 공식 사과한다”고 말했다. 그는 “진정으로 미안하다. 불의가 저질러지는 것을 방관하고, 이를 멈추기 위한 어떤 행위도 하지 않았던 것이 부끄럽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나는 일생 침묵해 왔다”면서 “무고한 이들의 목숨을 수없이 빼앗고, 셀 수 없는 가정을 파괴하고, 희생자와 유족들에게 고통을 초래한 범죄 조직의 말을 들은 것을 후회한다”고 덧붙였다.
한닝의 발언은 변호사가 그의 성장 과정과 아우슈비츠에서 근무한 기간을 설명하는 23쪽짜리 개인 성명을 낭독한 직후 이뤄졌다. 그는 재판 첫날인 26일에는 침묵을 지켰다. 그는 아우슈비츠에서 벌어지던 대량학살을 알고 있었지만, 아우슈비츠 경비 임무를 맡은 것은 상부의 지시에 따랐던 것이며 이를 회피할 방법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앞서 독일 도르트문트 검찰은 아우슈비츠 대량학살에 가담한 혐의로 한닝을 기소했다. 당시 수용소 경비 업무를 맡았던 한닝은 아우슈비츠에서 근무한 것은 사실이나 학살에 가담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검찰은 한닝이 수용자 중 노동 가능한 인원과 가스실로 보낼 인원을 구분하는 일과 주기적으로 이뤄진 대규모 총살, 수용자에 대한 조직적 굶기기를 방조해 학살을 도왔다고 보고 있다. 유죄가 인정될 경우 3∼5년의 징역형이 예상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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